[단독] 韓佛 조사위 "독도헬기 블랙박스 빨리 인양해 달라" 요구…해경 "실종자 수습이 우선"

박성우 기자 김우영 기자
입력 2019.11.12 15:26 수정 2019.11.12 15:47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13일째…블랙박스는 여전히 바닷속에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 "50m 바닷속 수압에 블랙박스 손상 우려"
국토부 조사위, 수색당국에 ‘조속한 블랙박스 회수’ 공문
수색 당국 "현재는 실종자 수색 집중…블랙박스 인양 논의 계획"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 해상에 추락한 소방헬기 제조국인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가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고조사위)에 "바닷속에 남겨진 블랙박스의 심각한 손상이 우려된다"며 블랙박스를 빨리 회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고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는 사고 헬기의 꼬리날개 내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색 당국은 사고 나흘 만인 지난 4일 독도 동도(東島) 남쪽 해저 78m 지점에서 꼬리날개 부위를 발견했지만 사고 13일째인 이날까지 인양 작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수색당국은 그동안 블랙박스 인양보다는 실종자 수색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해군 청해진함 수중무인탐사기(ROV)에서 촬영한 소방헬기의 꼬리 부분. 사고조사위원회는 헬기 블랙박스가 이 꼬리 내부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군 제공
국토부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BEA는 이날 오전 바닷속에 가라앉은 사고 헬기 유로콥터(현 에어버스헬리콥터스) EC-225 블랙박스의 조속한 회수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사고조사위에 전달했다.

BEA가 사고조사위에 보낸 의견서에는 "사고 기종 블랙박스의 경우 수심 50m 이상 깊이 바닷속에 장시간 노출되면 수압에 의해 데이터 손상이 있을 수 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분석을 위해 조속한 블랙박스 인양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고조사위 측도 BEA 요청 사안을 이날 오전 해경 등 수색당국에 보내 조속한 인양을 요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BEA 측에서 블랙박스 회수를 요청했고, 수색당국에 조속히 블랙박스가 인양될 수 있도록 두 번째 협조공문을 보냈다"며 "블랙박스에는 헬기 이륙 후 기체 이상, 조종사와 본부 간의 교신내용 등의 정보가 담겨 있어,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라고 했다.

BEA는 프랑스 영토나 영공에서 일어나는 모든 항공 사고뿐 아니라 해외에서 발생한 프랑스 항공기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정부 기관이다. 현재 독도 사고헬기 원인 조사 작업에도 한·프 양국 사고조사위와 헬기 제조사인 에어버스, 엔진제작사 샤프란(Safran) 등 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헬기 동체에 대한 기초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블랙박스가 있어야 정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독도 인근에서 추락한 119중앙구조대 사고 헬기의 동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 헬기의 동체는 국토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 격납고로 옮겨져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연합뉴스
사고 헬기는 지난달 31일 밤 11시 26분쯤 독도에서 응급 환자를 태우고 이륙한 지 2~3분 만에 해상에 추락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신정범 경북지방경찰청 독도경비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소방헬기가 이륙 직후 이상징후를 보이더니 육지 쪽으로 가지 않고 남쪽 해상으로 비스듬하게 날다 추락했다"며 "폭발음이나 불꽃은 없었다"고 했다.

사고조사위는 기기 결함이나 돌풍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헬기가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블랙박스를 회수하기 전까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BEA와 국토부 사고조사위의 요청이 있었던 만큼, 해경 등 수색당국도 헬기 꼬리 인양 시점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모든 인력과 장비를 실종자 수색에 배치하면서, 꼬리날개(블랙박스) 인양 시점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았다"며 "사고조사위 측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만큼 블랙박스 회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헬기 동체는 사고 다음 날인 지난 1일 해경의 수중 수색을 통해 독도 남방 약 600m 지점에서 발견됐다. 당시 수색 당국은 이틀 만인 3일 동체를 인양했다. 인양 과정에서 동체 내부에 있던 실종자 1명이 유실됐지만 5일 다시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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