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퇴진' 모랄레스, 멕시코로 망명...볼리비아 정부 기능 마비

전효진 기자
입력 2019.11.12 14:09 수정 2019.11.12 14:14
멕시코 외교부 "망명 수용결정"
볼리비아 정부 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

부정 선거로 ‘불명예’ 퇴진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멕시코로 망명한다.

11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그가) 정치적 망명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인도주의적인 이유와 그가 위험에 처한 볼리비아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정치적 망명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다만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언제 멕시코로 오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부정선거 논란으로 물러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지난 10일 사퇴한 뒤 11일 직접 트위터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코차밤바로 피신한 그는 은신처에서 바닥에 담요를 깔고 천막을 친 뒤 누워 있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그는 “쿠데타로 인해 강제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첫날 밤을 이렇게 지냈다”며 “지도자였던 때를 회상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볼리비아 역사상 최초의 아이마라족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당선된 모랄레스는 볼리비아의 빈농에서 태어나 목동, 공장 잡부 등으로 일했다. 좌파 사회주의운동(MAS) 소속으로 1997년 의회에 입성한 후 2002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 결선까지 진출한 바 있다. 곤살로 산체스 데로사다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를 주도해 정치적 입지를 다진 이후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무리한 장기 집권욕 때문에 그는 결국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이미 한 차례 헌법의 연임 금지 규정을 바꿔 3선 대통령이 된 그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다시 4연임을 위한 개헌을 시도했다. 그러나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자, 헌법소원을 통해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을 위헌으로 만들며 기어이 4선에 도전했다.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에서 볼리비아 선거 당국은 개표율이 83% 진행됐을 때 모랄레스가 야권 후보에게 7%포인트 앞선 상황에서 갑자기 개표 상황 발표를 중단했다. 하루 뒤 발표된 개표 결과는 모랄레스가 47%로, 2위 후보에게 10.5%포인트 앞섰다.

즉각 부정 선거 논란이 제기됐다.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대선 불복 시위를 이어가자 모랄레스는 이를 쿠데타라고 비판하면서 진압에 나섰다. 그간 시위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넘게 부상 당했다. 하지만 선거 개표 부정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자 그는 지난 10일 이에 굴복해 사임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함께 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이 모두 함께 물러난 볼리비아는 현재 사실상 정부 기능이 마비됐다. 야당 소속의 제닌 아녜스 상원 부의장이 다음 순위로 대통령 권한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 아녜스 부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직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며 "새로운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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