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견학하고 논문 1저자… 수초 접시물 갈고 논문초록 저자

오경묵 기자
입력 2019.11.12 10:51
정경심 공소장 속 ‘범죄 혐의’ 살펴보니...
단국대, 공주대 허위 스펙은 모두 ‘엄마의 부탁’
檢 "인턴활동 부탁 후엔 어김없이 확인서 요구"
딸 조씨 "엄마가 하지도 않은 일을 책임지려 해"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장련성 기자
병리학 논문 제1저자, 국제조류학회 발표 초록 제3저자 등 조국 전 법무장관 딸 조모(28)씨의 화려한 스펙은 모두 부모의 지위와 인맥, 그리고 청탁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1일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57)씨의 공소장에는 이른바 ‘스펙 부풀리기’의 수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정씨는 딸이 고1이던 지난 2007년 딸의 동기생 아버지인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에게 체험활동과 논문 저자 등재를 부탁해 승낙을 받은 뒤 딸을 그해 7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약 2주 동안 단국대 병리학연구소에 보내 체험활동을 하게 했다.

딸 조씨는 당시 ‘출산 전후 태아의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eNOS(혈관내피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 중이던 이 연구소 대학원생들 지도에 따라 실험실 견학과 효소중합 반응검사(PCR) 체험 등을 경험했다. 의학적인 실험 경험이나 의학 관련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간단한 체험 정도만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이 연구논문의 제1저자에 조씨의 이름이 등재됐고, 2009년 8월에는 대한병리학회 학회지에 실리기도 했다. 이즈음 정씨는 장 교수에게 ‘체험활동 확인서’를 발급해달라고 부탁했고, 장 교수는 △유전자 구조와 복제 과정에 대한 이론 강의 이수 △효소종합 반응검사를 이용한 유전자 검사에 대한 이론 강의 이수 △환자 검체를 이용해 반응검사 실습 시행 등 활동 내역으로 허위로 써줬다. 또 "효소종합 반응검사에 어느 정도 숙련이 가능했다", "연수 기간 중 연구원의 일원으로 적극적 참여가 가능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딸 조씨는 이 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했고, 그의 생활기록부에는 이런 내용이 그대로 적혔다.

정씨는 2008년 7월 대학동기인 공주대 김모 교수를 찾아가 딸의 인턴 경력 등을 부탁했다. 딸 조씨는 이때부터 이듬해 4월까지 집에서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며 생육일기를 쓰거나 독후감을 작성해 가끔 김 교수에게 보고했다. 2009년 5월부터 7월 사이에는 한달에 한 두차례 공주대 연구소에 가서 수초가 담겨 있는 접시에 물을 갈아줬다. "고등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체험활동을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정씨는 또 김 교수에게 그해 8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조류학회에 딸이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 교수는 이 학회에서 발표될 논문 초록에 조씨를 제3저자로 기재해 학회 참석 신청을 했고, 학회 포스터에도 조씨 이름이 적혔다. 검찰은 "조씨는 논문 초록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고, 저자로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후 정씨는 여러차례 체험활동 확인서를 요구해 ‘영재교육 과정으로 생명공학 이론 및 실험방법 연수’, ‘인턴으로서 조류 배양 및 기초 실험’, ‘인턴으로서 조류 배양 및 학회발표 준비’, ‘국제학회 포스터 발표 및 논문 초록집 수록’ 등 허위 확인서 4장을 발급받았다.

딸 조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수사를 받고 있는 저를 보호하려고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들도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어머니가) 저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것은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결과 딸 조씨의 '스펙'을 위해 정씨가 '부탁'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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