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오징어잡이배서 노트북·스마트폰 발견

김명성 기자 이슬비 기자
입력 2019.11.12 04:30

국정원 "北선전용 음악 등 확인… 대공 혐의점은 발견 못했다"
전문가 "영세한 어선에 이례적… 왜 노트북 갖고 왔는지 의문"

국내 시민단체와 법조인들, 검찰 고발·인권위 진정 잇따라

정부가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정원이 이들이 타고 온 어선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노트북과 전자기기를 발견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날 국회 정보위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해당 어선에서 중국산 '레노보(Lenovo)' 노트북, 북한산 스마트폰(모델명 평양 2418), 미국산 '가민(Garmin)' GPS 장치, 8기가 용량의 SD 카드 등을 발견했다고 정보위에 문건으로 보고했다.

이 목록에는 마른 오징어 포대 40개, 쌀 95㎏, 옥수수가루 10㎏, 의류 25점, 감기·설사·위장약 등 의약품, 북한 화폐 2장도 있었다. 국정원 측은 정보위에 "노트북에는 북 체제 선전용 음악과 영상 파일과 오징어 조업 관련 정보들이 있고 스마트폰에는 바다로 남하하면서 촬영한 듯한 사진 55장이 있었으나 대공 혐의점은 없었다"고 보고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정부의 최근 북한 선원 추방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정부의 최근 북한 선원 추방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지호 기자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세한 북한 어선에서 노트북이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노트북 속에 밝히기 힘든 다른 정보가 담겨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관련 연구소 관계자는 "노트북 속 내용물이 국정원 측이 밝힌 게 전부라면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영세 어업 종사자인 이들이 왜 비싼 노트북까지 갖고 내려왔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법조인들은 이날 정부의 북한 어선 강제 북송 조치를 강력 규탄하며 검찰 고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의 행동에 나섰다. 변호사·대학교수 등이 참여한 시민단체 '정의로운 통일을 생각하는 법률가 모임(정의통일법률모임)'은 이날 서훈 국정원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형법상 직권남용, 직무유기, 살인 방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주민이 귀순한 사실을 전 국민에게 숨기고, 북한이탈주민 보호 의무를 저버린 뒤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고발을 주도한 탈북민 지원 단체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탈북자는 귀순 의사를 밝힌 순간부터 국가의 보호 의무가 발생한다"고 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이날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정부는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헌법 제3조'에 의해 이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며 대한민국의 현실적 관할 범위로 들어온 이들을 강제 북송한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8면
효성 탄소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