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모델은 한국 6월항쟁이라는데 정작 우리 정부·여당은 수개월째 침묵

최연진 기자
입력 2019.11.12 04:07

[홍콩 사태 격화]
中 의식 "평화 해결" 원론적 입장
서울대생 등 정부태도 비판 나서

홍콩 경찰이 11일 반중(反中)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하는 등 홍콩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수개월째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에 대해 심정적 지지를 보내온 시민사회와 대학가에선 "정부와 여권이 중국 눈치만 보면서 탄압받는 홍콩 시민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생, 홍콩시위 지지 '침묵 행진' -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회원 14명이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를 지지하는 침묵 행진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홍콩 시민들의 5대 요구인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등을 요구하는 뜻에서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펴 들었다. /이태경 기자
홍콩 시위대는 '임을 위한 행진곡' 등 1980년대 한국의 시위 현장에서 불렸던 민중가요를 번안해 부르고 있다. 홍콩 시위대가 한국의 1987년 6월 항쟁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선 우리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서울대 학생들은 11일 오후 검은 옷을 입고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학내에서 '침묵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한 묵념, 말할 권리를 빼앗긴 홍콩 주민과의 연대,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 등 세 가지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지난 9일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집회를 열고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 시민의 열망에 침묵해선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홍콩 사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밝혀왔다. 지난 8월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당사자 간에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있는데도, 중국 정부를 의식해 애매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홍콩 시위가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논평을 낸 적이 없다. 당 회의에서 홍콩 시위를 '대외 경제 여건 악화' 요인으로 언급한 게 전부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중 관계 악화 등 정치적 고려 사항이 많아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처음으로 "만일 중국 정부가 군대 투입으로 사태를 해소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면 당장 멈춰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조선일보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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