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제도 강제 변경은 국민의 선거 불인정 사태 낳는다

입력 2019.11.12 03:19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국회 본회의 부의(附議)를 앞둔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남 얘기 하듯 "국회에서 잘 처리되길 바란다"고만 했다. 선거법 개정 문제의 핵심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짚었다.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이니까 한국당과 합의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이 황교안 대표와 일대일로 만나 담판 지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의원 외에도 여당 내에는 "선거법 강제 처리는 안 된다"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정당들이 밀어붙이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은 범여권 정당 간의 선거 연대에 맞춤형인 데다 한국당에만 불리한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의석을 빼앗아서 나머지 정당들끼리 나눠 갖기 위해 선거제도를 바꾸자는데 가만히 있을 정당이 어디 있겠나.

선거제도는 어떤 것이든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행 제도는 현 여권이 '민주화로 쟁취한 산물'이라고 했었다. 그러더니 민심이 악화하고 범여권 정당들과 연대가 필요해지자 제1 야당이 반대하는데도 강제로 선거제도를 바꾼다고 한다. 후진 독재국가에서도 없는 일이다. 선거제도 강제 변경을 끝내 강행한다면 국민 상당수가 선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강제 변경이란 무리수는 의원 정수 확대라는 무리수를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선거법은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선거법은 경기의 규칙이다. 지금까지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선거법이 의결된 전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했다. 불과 몇 해 전 자신이 했던 그 말 그대로 하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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