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한국당, 그렇게 정치하면 안돼" 황교안 "그렇게라니요?"

김아진 기자
입력 2019.11.11 03:10 수정 2019.11.11 10:42

[文대통령·5당대표 만찬] 정치 현안

文대통령 "선거제 개혁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나" 두 사람 말려
"개헌, 총선공약으로 걸어 민의 따라야"… 공수처법은 논의 안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10일 청와대 만찬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일부 참석자 간에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선거법 개정안 관련 논의가 시작되자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였다"며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법 처리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황 대표의 발언에 다른 당 대표들은 "무슨 소리냐. 한국당을 뺀 게 아니고 한국당이 협의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설전이 오갔다고 한다.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와의 만찬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각종 현안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선거법 개정안을 제1 야당인 한국당과의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다른 당 대표들과 격론을 벌였고, 문 대통령은 이를 말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정치협상회의 실무회의 등 여러 단위의 협상 테이블에 한국당이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황 대표는 더 강하게 이의 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우리를 빼놓고 논의를 하는 게 민주주의냐"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그렇게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황 대표가 "그렇게라니요?"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황 대표는 "우리도 안(案)을 내놨다. 선거법 관련해 우리도 (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축소하자는) 입장이 있다"고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문 대통령은 난처한 듯 웃으면서 양손을 들어 두 대표를 말렸다고 한다. 다른 대표들까지 나서서 "그만하시라"고 만류한 뒤에야 황 대표와 손 대표는 서로 사과의 뜻을 전하고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 간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가 있다. 하지만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해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의원 정수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여론이 비판적인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였다.

당초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에게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의 국회 처리와 내년도 예산안 통과 등에 대해선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복원해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자는 희망을 강력하게 피력했고 야당 대표들도 긍정적으로 호응했다고 민주당이 밝혔다. 황 대표도 "당에 돌아가서 긍정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작년 8월 구성하기로 했던 기구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헌에 대해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개헌안을 냈다가 무색해진 경험이 있어서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공약 내걸어서 총선 이후 쟁점이 되면 민의를 따르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면 분권형 개헌에 찬성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고 언급하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또한 이번 회동이 '조국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가진 자리라는 점에서 일부 당대표가 이 문제를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대표는 "대통령이 국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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