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뺑소니 30대 남성에게…법관·검사·변호사가 박수쳤다

오경묵 기자
입력 2019.11.08 18:22
징역 대신 禁酒 조건 보석…치유법원 프로그램
재판장 "성실하게 이행해온 것 칭찬한다" 박수
검찰 "성공적 진행…적절한 형 선고해달라" 요청

일러스트=이철원
"성실하게 이행해온 것에 대해 칭찬해드리고, 앞으로 남은 판결 선고기일까지 성실하게 하라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박수를 쳐주셨으면 합니다."(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

8일 오전 서울고법 서관 303호 법정.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를 받는 허모(34)씨의 결심 공판이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렸다.

허씨는 '치유법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허씨를 석방하고, 석 달 간의 금주(禁酒)를 조건으로 걸었다. 보석 조건을 잘 지킬 경우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죄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 사회에 복귀한 뒤에도 피고인이 범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은 허씨의 보석조건 이행 활동을 점검하고, 소감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허씨는 "처음에는 3개월 금주가 어려운 일인 줄만 알았다"며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어가는 제 일상을 보며 큰 변화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일 매일 퇴근 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미술 놀이를 함께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의 소중함도 느꼈다"며 "다시는 술로 인해 무책임한 모습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실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허씨가 비공개 온라인 카페에 올린 동영상 가운데 일부가 상영되기도 했다. 동영상에는 허씨가 아이들과 집에서 함께 있는 장면 등이 담겨있었다.

검찰은 "재판부와 피고인 모두가 열심히 참여해 프로그램이 잘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치유는 교화나 형벌 집행과정에서 이뤄지는 것 아닌가 생각도 해봤다"며 "피고인에게 적절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행한 범행은 용서받을 수 없고 죄의 댓가를 받는 것이 맞다"면서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했다.

허씨의 선고 공판은 내달 4일 열린다. 재판부는 선고 기일 전날인 3일까지 허씨에 대해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이어가기로 했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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