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윤석열 앞에 두고 "尹 아닌 누가 총장돼도 공정·반부패 시스템 만들어야"

박정엽 기자
입력 2019.11.08 15:44 수정 2019.11.08 18:06
文대통령, 청와대서 반부패정책협의회 주재⋯'조국 사태' 후 윤석열 검찰총장과 첫 만남
尹총장, 文대통령과 악수할 때 90도로 고개 숙여 깍듯이 인사⋯대통령 발언 메모도
文대통령, 발언 도중 尹총장 쪽에 눈길 안줘 긴장감 흘러
文대통령 "검찰 적극 개혁 높이 평가⋯셀프 개혁에 멈춰선 안돼"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윤석열 검찰총장 등 주요 사정(司正) 기관장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이루었다고 판단한다"면서 "이제 국민들이 요구하는 그 이후의, 그 다음 단계의 개혁에 대해서도 부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만난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을 앞에 두고 "검찰이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선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셀프 개혁'에 멈추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과제는 윤 총장이 아닌 다른 누가 총장이 되어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부패방지 관련 기관장과 관계 장관 등 총 33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사회를 향한 반(反)부패 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매우 높다. 국민들이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도 더 높은 민주주의, 더 높은 공정, 더 높은 투명성, 더 높은 인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으로 요구가 집중되어 있는 것 같지만 다른 권력기관들도 같은 요구를 받고 있다고 여기면서 함께 개혁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에 관한 검찰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하다"며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도 했다. "부패에 엄정히 대응하면서도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인권과 민주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정착시켜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서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셀프 개혁에 멈추지 않도록 법무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개혁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을 특히 당부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반부패 개혁과 공정사회는 우리 정부의 사명"이라며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에서 시작하여 생활적폐에 이르기까지 반부패정책의 범위를 넓혀왔다"고 했다. 또 "권력기관 개혁은 이제 마지막 관문인 법제화 단계가 남았다"며 "공수처 신설 등 입법이 완료되면 다시는 국정농단과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고 국민이 주인인 정의로운 나라도 한발 더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입장하면서 참석자들과 차례로 악수할 때 윤 총장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웃는 얼굴이었고 윤 총장은 문 대통령과 악수할 때 거의 90도 정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별도로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 회의 자료를 살펴보면서 무엇인가 메모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에 공개된 자리에서는 발언 도중, 그 이후에도 윤 총장 쪽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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