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 살해한 탈북자… 정부, 5일만에 추방

김경화 기자
입력 2019.11.08 03:02

국회 나온 靑안보실 1차장 휴대폰 문자 사진 찍혀 뒤늦게 드러나
정부, 지난 2일 동해서 2명 나포해 조사 "흉악범 보호대상 아니다"

북한 주민 2명이 7일 판문점을 통해 '추방'될 것이란 사실은 이날 오전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받은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돼 처음 알려졌다.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중령)이 김 차장에게 보낸 이 메시지는 '지난 11월 2일 삼척으로 내려온 북한 주민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는 내용이었다. '2일 삼척 귀순' 자체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통일부는 브리핑을 거부하다가 추방 절차가 끝난 뒤에야 합동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카메라에 잡힌 안보실 1차장 문자 -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참석자들이 모니터를 통해 이날 북한 주민 2명이 추방된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다. 이 메시지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공개됐다. /이덕훈 기자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일 동해 NLL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월선한 북한 주민 2명을 나포해 합동조사를 실시했다"며 "이들은 20대 남성으로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합동조사 결과, 당초 3명의 살해범은 지난 10월 말쯤 선장의 가혹행위에 앙심을 품고 선장을 살해한 뒤 반발이 예상되는 다른 선원 15명도 모두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건 뒤 북한 김책항으로 돌아갔다가 하선한 1명이 북한 당국에 검거되자 나머지 2명은 다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왔다고 한다.

이 2명은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5일 정부는 3일간의 조사와 부처 합동 회의 끝에 북측에 이들에 대한 '추방'을 타진했다. 통일부는 "살인은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그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 사법체계의 속성상 이들이 송환되면 사형이 확실시된다.

한 탈북 인사는 "북한 이탈 주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민을 수사·재판과 같은 국내 사법적 절차 없이 서둘러 추방한 것은 나쁜 선례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1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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