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도 안보고 임원자녀 채용하고 임원조카 뽑으려 지원연령 낮추고

신수지 기자
입력 2019.11.08 03:02

정부, 농·축·수협 등 첫 실태 조사
고객 돈 빼돌린 조합원 자녀 직원 징계없이 무기계약직 전환하기도
비리 23건 적발… 21명 수사 의뢰

지방에 있는 한 농협 지역조합은 2017년 5월 내부 직원에게만 계약직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한 뒤 면접도 없이 임원 자녀를 뽑았다. 이 임원 자녀가 제출한 서류는 모두 채용 공고일 이전에 작성·발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수협 지역조합은 2016년 6월 임원 조카를 채용하기 위해 계약직 응시 연령 기준을 만 35세 미만에서 만 30세 미만으로 낮춘 뒤 해당 지원자를 뽑았다. 이 조합은 2017년에도 임원 친·인척을 뽑기 위해 서류심사 합격자 배수를 3배수에서 4배수로 임의로 조정하고, 원래 채용 방침을 결재한 문서는 파기한 후 다시 작성했다. 다른 축협 지역조합은 2017년 계약직으로 채용한 조합원 자녀가 고객 예금을 빼돌렸는데도 징계하지 않고 보직을 변경한 뒤 올해 1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까지 해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산림청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지역조합 채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5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609개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에서 실시된 신규 채용과 정규직 전환 과정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정부가 주도해서 지역조합 채용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조합 중앙회에서 자체 조사를 해왔다.

조사 결과 부정 청탁이나 부당한 지시를 통해 임직원의 친·인척이나 자녀를 특혜 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23건 적발됐다. 농·축협이 14건, 수협이 9건이었다. 주로 임직원 자녀 등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자격 기준이나 점수 배점을 맞춤형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많았다. 채용 공고를 아예 내지 않고 그냥 뽑는가 하면 정규직 전환을 위해 근무평가점수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평가 결과를 외부에 유출하기도 했다. 정부는 특혜 채용과 관련된 현직 조합 임직원 21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밖에 고의나 중과실로 채용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일부 절차를 생략한 156건과 관련된 현직 임직원 280명에 대해선 징계나 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단순 실수로 채용 규정이나 절차를 위반한 861건에 대해선 주의나 경고를 내리기로 했다.

정부는 지역조합의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현재 조합에서 자체 채용하고 있는 정규직을 내년부터 모두 중앙회에서 채용하는 것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서류·면접 전형 때는 심사에 외부위원이 과반수 참여하도록 하고, 조합장과 지역조합 임직원이 면접에 들어가는 것은 원천적으로 배제할 방침이다. 사후관리 강화를 위해선 채용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특혜 채용과 무기계약직 전환 때 비리를 막기 위한 인사정보관리시스템도 구축하도록 했다. 또 부정 합격자에 대해 채용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A14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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