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조사하고 北측에 의사 타진… 판문점 통해 이례적 속전속결 추방

김경화 기자
입력 2019.11.08 03:02

[北선원 추방] NLL서 이틀 추적끝에 北선박 나포
합조단, 선원 2명 격리조사 벌여… 오늘 선박도 北측에 넘기기로

정부가 7일 북한으로 추방한 북한 주민 2명은 합동조사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관계자는 "합동조사단이 사흘간 이들 2명을 격리해 조사한 결과, 진술이 세세한 부분까지 일치하는 점에 비춰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총 19명이 탄 17t급 오징어잡이 어선이 지난 8월 15일 북한 김책항에서 출항하면서 시작됐다. 가혹 행위를 일삼는 선장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선원 A·B·C는 10월 말쯤 동료 선원이 쉬던 한밤중에 범행을 모의했다. 선장을 살해한 뒤 다른 선원들의 보복을 우려한 이들 3명은 나머지 선원들도 모두 죽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은 선원들을 2명씩 40분 간격으로 교대 명목으로 불러내 둔기로 내리쳐 살해하고 시체는 모두 바다에 던졌다.

범행 후 이들은 북한 산간 지역 등에 숨어 지내기로 하고 자금 마련을 위해 김책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C가 김책항에서 어획물을 팔기 위해 돌아다니다 단속에 걸렸고, 이를 지켜본 A와 B는 배를 타고 도주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을 떠돌다 우리 해군에 나포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이 탄 어선은 NLL 침범을 여러 차례 반복했고 나중에는 이틀간 추격전 끝에 나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어민들의 '추방'을 신속하게 결정했다. 정부는 나포(2일) 사흘 만인 지난 5일 북한의 요구도 없던 상황에서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추방 의사를 타진했다. 북한은 그다음 날 곧바로 이들을 수용하겠다고 답변했으며, 정부는 7일 일사천리로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다. 정부는 이들이 자해 행위 등을 통해 저항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찰이 판문점까지 이송하도록 했다. 선박은 8일 북측에 인도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 관련법이나 규정에 따른 절차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정부 부처가 합동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했다. 정부 내에서는 일부 이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중심이 돼 이번 사안을 처음부터 면밀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유근 1차장이 보고받은 문자메시지에는 '이번 송환과 관련해 국정원과 통일부 간 입장 정리가 안 됐다'는 내용이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는 귀순 북한 주민을 적법한 사법 절차 없이 강제 북송하는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관계 부처 간 의견 다툼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통일부와 국정원 모두 "별다른 입장 차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야당은 "정부가 서둘러 '추방'으로 상황 정리를 한 것은 이번 사건이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남북 관계에 악재(惡材)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A3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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