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추방… "흉악범은 귀순 불가" "北서 처형될텐데 나쁜 선례"

양승식 기자
입력 2019.11.08 01:45

[北선원 추방] 전문가들도 찬반 엇갈려

"北도 범죄자 돌려보낸적 있어… 北선원, 난민으로도 볼 수 없어"
"귀순의사 밝히면 헌법상 우리국민, 범죄 사실도 南에서 따져야"
탈북민 "범죄인도 인권 있는데 무조건 송환, 홍콩과 뭐가 다르냐"

정부가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에 대해 전례 없는 '추방'이라는 조치를 취한 것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 양론이 나오고 있다. 한쪽에선 귀순 의사를 밝힌 주민은 한국 국민과 같은 재판 절차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에게까지 탈북자 보호 원칙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7일 추방된 2명은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목숨을 건질 가능성이 높지만 북한에서는 극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인권'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역대 정부는 북한에서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라도 일단 귀순을 허용했다"며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북한 주민이라도 우리나라 국민이며, 그 사람이 행한 범죄는 그다음에 따져서 우리 측에서 처벌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여당은 이날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의 '탈북자 보호 결정 기준'을 보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제외한다"며 정부의 결정을 옹호했지만, 이는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제 교수는 밝혔다. 그는 "해당 법령은 탈북자 정착 지원금 등 보호 혜택을 주지 않을 때 근거가 되는 것"이라며 "추방 근거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흉악범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겠다는 실효적 차원에서 법률을 해석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귀순 의사를 밝혔다면, 원칙적으로 어떤 죄를 지었든지 일단 귀순을 받은 뒤 정식 수사 절차를 밟아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했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 2명의 추방과 관련한 쪽지를 전달받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이덕훈 기자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과거에 우리 쪽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월북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북에서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측으로 다시 돌려보낸 적이 있다"며 "그래서 북측에서도 송환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북 관계는 일반적인 난민의 경우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번에 추방된 사람들의 경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입국을 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 왔는데 정식 입국을 하기 전에 공항에서 잡은 것과 같은 케이스로, 이런 경우는 정식으로 입국을 안 한 상태에서 입국 거절을 하는 형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탈북민 사회는 술렁였다.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회장은 "살인이나 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른 탈북자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국적만 주고 정착금 등 정부 지원금을 박탈하거나 각종 제약을 가한 적이 많다"며 "단순 합동조사만으로 올려 보낸 건 잘못이며, 이번 결정은 앞으로 탈북자들의 한국행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정부가 김정은의 심기를 살피느라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북한 주민은 아예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북한에 가면 사형당할 것을 뻔히 아는 정부가 그들을 강제 송환한 것은 인도주의에 반한다"며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대한민국 형법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데 굳이 보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난민 문제에 정통한 법학자는 "여러 유럽 국가 등 국제사회도 북한처럼 실질적으로 사형제가 유지되는 국가에 대해선 범죄 인도를 하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다"며 "십중팔구 극형에 처해질 게 뻔한데 보낸 건 비인도적 행위이며, 북한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저자세가 작용한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번 강제 북송 사건이 범죄인 인도를 빌미로 반체제 인사에 대한 합법 소환을 시도했다가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홍콩 송환법 사태의 한국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에서 반체제 활동을 하던 인사가 남한으로 망명할 경우 북한이 무조건 '사람을 죽인 살인범이니 넘기라'고 하면 넘겨야 하는 것이냐"며 "범죄인도 인권이 있다"고 했다. 김성민 대표는 "북한 내부에 소문이 나게 되면 해상 탈북을 준비하는 주민들의 활동에 제동을 거는 부적절한 조치"라며 "남한으로의 망명을 막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조선일보 A3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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