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화 한 편에 탈원전, 시행령 하나로 교육 백년대계 뒤집기

입력 2019.11.08 03:07
전국 75곳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에 전부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고 교육부가 발표했다. 75곳이면 전체 고교의 3.2%밖에 안 된다.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인재 육성이란 취지에 맞춰 지난 수십년간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평등'이라며 기어코 말살하겠다고 한다. 세계 많은 선진국이 수월성 교육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들이 불평등 국가인가. 어떻게 교육에 획일적 평등의 잣대를 들이미나.

정부는 자사고 폐지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을 든다. 자사고 쏠림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해지기 때문에 자사고를 아예 없애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 하나 도입하려고 수십년 사학(私學)을 파리 잡듯 죽인다. 고교학점제는 이미 일부 자사고가 성공적으로 시행하고도 있다. 자사고의 장점을 일반고로 확대하면 되지 왜 잘 가르치는 학교를 죽이려 하나. 정부·지자체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42곳 자사고 폐지에만 7000억원 넘는 국민 세금이 든다고 한다. '평등' 미명 아래 안 써도 될 국민 세금을 퍼붓는다. 제 돈이라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권 교육 정책은 즉흥·돌발 결정, 뒤집기의 연속이다. 출범 이후 2년 6개월간 대선 공약 등에서 공언한 교육 정책을 철회하거나 번복·연기하고 백지화한 것이 10가지가 넘는다. 고교학점제, 수능 절대평가 도입,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등 헤아리기도 힘들다. 자사고, 외고 등을 없애려면 국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힘들 것 같으니 맘대로 할 수 있는 시행령 하나로 백년대계를 뒤집어 버린다. 터무니없는 영화 한 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탈원전과 다를 게 없다.
조선일보 A35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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