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文대통령에겐 11분이라는 숫자가 필요했다”

김명진 기자·이정수 인턴기자
입력 2019.11.07 16:36 수정 2019.11.07 17:06
청와대 "11분 환담" vs 日언론 "10분 접촉"
文-아베 만남 관련 '온도차' 이유는?

일본 총리 관저 홈페이지 ‘총리의 하루’ 게시판에는 지난 4일(현지 시각)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열린 태국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각국 요인들과 ‘회담(會談)’한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번 회의 개최국인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찍은 사진부터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7개국 정상과 만나 악수하는 사진이 게재됐다. 각국 정상보다 ‘급(級)이 낮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조우한 모습도 있다.

일본 총리 관저 홈페이지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현지 시각)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열린 태국에서 만난 각국 요인들과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진은 빠져 있다./일본 총리 관저 홈페이지
그러나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11분 환담’ 모습이 담긴 사진은 빠져 있다.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에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두 사람이 한 장면에 포착된 사진은 올라오지 않았다. 우리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한·일 정상 환담 관련 서면 브리핑’에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재돼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외무성 공식 홈페이지는 아베 총리와 각국 요인 간 회담 개요를 언급하고 있지만, 한국의 문 대통령과 약 10분 간 대화를 나눈 사실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며 "한국 청와대가 ‘단독 간담’이라며 사진과 함께 발표한 것과는 온도차가 두드러져 보인다"고 했다.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을 두고 한국과 일본의 독법(讀法)은 사뭇 다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자 보도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두 정상 만남의 ‘시간’과 만남의 성격을 표현한 ‘단어’가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국이 두 사람 만남의 의미를 강조하는 데 반해 일본 언론에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리 청와대가 이런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징용 피해자 문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등 한·일 갈등을 둘러싼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곤경(苦境)’을 나타낸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4일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해 "11분간 서로 독대해 환담(歡談·정답고 즐겁게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나눴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일본 언론에서는 모두 회동 시간에 대해 ‘약 10분’이라고 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에 대해 "보통 정상 회담은 30분, 1시간 반, 약 2시간 등 대략적인 숫자로 공표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11분이라는 숫자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의례적인 인사를 제외하면 아베 총리와 문 대통령의 ‘환담’은 실질적으로 3~4분 정도인데, ‘조금이라도 실속이 있었고’, ‘진전이 있었으나, 일본에 타협하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청와대가 11분이라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환담’이라고 한 것 역시 일본 언론에서 표현하는 것과는 다르다. 요미우리신문은 ‘말을 주고 받았다(言葉交わした)’고 썼고, 마이니치신문은 ‘접촉했다(接触した)’고 썼다. 산케이신문은 ‘면담(面談)했다’고 표현했고, 아사히신문도 ‘대화(対話)했다’고 썼다. 오오타카 타다시(大鷹正人) 외무성 대변인 역시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대기실에서 한국의 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자연스럽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분이라도 정식 회담은 가능하기에, ‘접촉’이나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라는 표현은 정식 회담이 아니라는 반증"이라면서 "(일본과) 국교가 없는 북한이라면 몰라도, 깊은 관계의 이웃나라와 정상회담이 없는 현상은 누구에게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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