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초중고생 운동 선수 2000여명 성폭력 경험...도움 요청은 74명뿐"

권오은 기자
입력 2019.11.07 16:18
인권위, 2달간 초중고교 학생 선수 6만3000여명 대상 실태조사
"성폭력 피해 학생 선수 10명 중 4명이 대응 못하거나 괜찮은 척"
‘장시간 훈련’ ‘학습권 침해’ 등 10년간 개선 안 돼

초중고교생 운동 선수 중 2000여명이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초등학생 운동 선수 400여명도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7일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5만7557명 중 2212명(3.8%)의 학생 선수가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폭력 피해자 중 461명(20.8%)은 괜찮은 척 웃거나 그냥 넘어갔다는 답변을, 442명(20.0%)은 아무런 행동을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74명(3.3%)에 그쳤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초중고교생 운동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전체 응답자 중 9035명(15.7%)은 언어폭력을, 8440명(14.7%)은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선수 3423명이 폭언과 욕설, 협박 등을 당했고, 2320명이 신체폭력 피해를 받았다. 언어 폭력의 69%, 신체 폭력의 75.5%는 코치나 감독 등 지도자들이 주요 가해자였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침해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학생 선수 중 75.1%(1만3528명)가 평소 오전·오후 수업을 모두 들어간다고 답한 것과 달리, 고교 선수 중 53.5%(9401명)만 수업을 모두 받고 있다고 답했다. 고교 선수 중 39.1%(6884명)은 오전 수업만 한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초등학생부터 폭력을 훈련이나 실력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학생 선수들은 장시간 과도한 훈련으로 학습권과 건강권, 휴식권까지 위협받고 있었다"고 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인권위는 학생 선수 폭력 예방과 인권 증진을 위해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 체계 정교화 △상시 합숙 훈련 및 합숙소 폐지 △과잉훈련 예방 조치 마련 △체육 특기자 제도 재검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정례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측은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 보장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개선안을 마련해, 관련 부처 등에 재차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를 3년여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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