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분양가 상한제, 17번째 실패 반복 아닌가

입력 2019.11.07 03:18
정부가 17번째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대치·반포·압구정 등 서울 27개 동(洞)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은 집값 폭등을 유발했다. 그런데 규제 강도를 더 높이는 대응을 선택했다.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30%나 올랐다. 입주 5년 이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41%에 달한다. 전매·대출 제한, 재건축 요건 강화 등 온갖 규제로 '집값과의 전쟁'을 벌여왔지만 오히려 역대 정권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까지 직접 지정하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규제는 없다.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에 따라 새 아파트 공급이 억제된 마당에, 분양가 상한제는 새 아파트 공급을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이미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3.3㎡당 1억원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 분양가도 주변 아파트 시세의 60~70%밖에 안 되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는 지금보다 10%가량 더 낮아진다. 아파트 당첨자들에게 로또 대박을 안겨주는 셈이다. 대출 규제 탓에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출도 받을 수 없어 로또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사람은 현금 부자뿐이다.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가 부자들의 투기를 더 부추기는 꼴이다. 로또 청약을 노리는 주택 실수요자들이 전세 세입자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과거처럼 전셋값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가격 통제는 금기시되는 정책이다.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대해선 "장사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의 반대를 이유로 실시하지 않았다. 반면 이 정부에선 예사로 가격 통제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데 매번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서민을 위한다며 대출금리 상한선을 24%로 끌어내렸는데, 대부업체들의 영업 중단으로 서민층이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자 소득을 높여주겠다며 최저임금에 개입했지만 일자리를 없애는 고용 참사로 이어졌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다며 카드 수수료를 끌어내렸는데, 자영업 폐업은 더 늘고, 소비자들이 누리던 혜택만 사라졌다. 정치 논리로 하는 부동산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A35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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