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일린 노벨의학상 수상자 "과학자는 실패를 이겨내고 연구를 즐기는 긍정론자"

울산=장윤서 기자
입력 2019.11.05 19:59 수정 2019.11.05 20:21
울산과기원 강연 ⋅기자간담회, "과학은 예술과 닯은꼴...과학자는 안목이 있어야"
"20년 간 작은 성공 목표를 모아 큰 연구 업적을 일구고 노벨상이라는 행운을 얻었다"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윌리엄 케일린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는 5일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울산과기원 제공
"연구라는 여정은 실망과 실패의 연속이다. 처음부터 상이 목표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실패를 이겨내고 연구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윌리엄 케일린(William G. Kaeilin)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는 5일 울산시에 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구과정에서 겪게되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물음에 이 같이 답하고 "큰 목적을 달성하기 보다 작은 목표를 잡아서 하나씩 달성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케일린 교수는 산소량을 감지하는 세포 메커니즘을 규명한 업적으로 지난 달 7일(현지시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로부터 그래그 세멘자(Gregg Semenza)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피터 랫클리프(Peter Ratcliffe)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유니스트를 방문한 일곱 번째 노벨상 수상자다.

그는 자신이 가르쳤던 김태유 서울대 의대 교수가 오는 7일~ 8일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리는 대한종양내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 초청하면서 방한하게 됐다고 했다. 앞서 케일린 교수는 이날 울산과기원에서 강연을 통해 '브이에치엘(VHL·Von Hippel-Lindau) 종양 억제 단백질'과 산소 감지, 암세포 신진대사 등 최근 노벨상을 받은 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케일린 교수는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했지만, 기초 의학 분야의 연구자가 됐다. 20년 간 작은 성공 목표(골·Goal)를 모아 큰 연구 업적이라는 성공을 만들었고, 노벨상이라는 행운을 얻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산소량을 감지하는 세포 메커니즘 규명"이라고 말했다.

케일린 교수는 암세포에서 ‘저산소증(hypoxia)’ 반응을 처음 규명했다. 그는 세포가 산소농도에 적응하는 과정을 밝혀내 빈혈과 암 등 혈중 산소농도와 관련된 질환 치료법 수립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다음은 강연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뤄진 케일린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와의 일문일답.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소감을 말해달라.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에는 운이 따랐다. 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그동안 규명되지 않았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내놓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 김태유(서울대의대 교수)가 제자다. 우리 학교(하버드대)에서 수학한 것이 인연이 됐다. 그가 한국내 학회(대한종양내과학회 등) 행사에 발표자로 초청하게 된 것을 계기로 오게됐다. "

-이번에 수상한 연구 업적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해달라.

"산소는 세포 생명 유지에 필수다. 하지만 저산소 등 산소 농도가 많고 적을 때 세포가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인체 세포가 산소를 어떻게 이용하고 산소 변화에 적응하는지 분자적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 과정 중 HIF-1(hypoxia-inducible factor 1)이라는 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하고, 역할을 하는지를 밝혀냈다. 이를 통해 산소 등과 관계가 있는 빈혈과 암 치료법을 연구했다."

-이 연구를 실제 의학계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한 질병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암이나 뇌졸중, 빈혈, 심근경색 등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인체 내 산소량의 농도에 따라 질병이 발생한다. 인체 산소 감지 메커니즘을 활용해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치료법을 제시했다. 현재 빈혈 치료제와 암 치료제 등이 개발되고 있다."

-향후 연구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HIF가 어떻게 저산소량을 감지하는지를 밝혀냈기에, 이를 토대로 한 치료제 개발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산소 감지 메커니즘이 뇌졸중, 심장질환, 빈혈 등 다른 질병에도 관여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HIF는 HIF-1, HIF-2 등이 있다. 현재 HIF-2에서는 단백질 등을 활용한 치료제가 있다. 하지만 HIF-1 관련 치료제는 전혀 없다. 암세포가 저산소라는 환경을 이겨내고 증식하도록 돕는 것은 주로 HIF-1인데, 이와 관련한 암 치료제가 전무하다. 이를 활용한 치료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희귀질환이자 유전성 질환인 VHL 돌연변이가 신장암을 일으킨다는 것을 규명했기 때문에, 관련 치료제도 나올 것이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면역항암제 개발자다. 이번에 수상한 연구 업적에 대해서도 바이오·제약사들이 주목한다. 제약사와의 연구 협업 등에 대한 계획은.

"지난 20년 간 학계에서 기초 의학을 연구했고, 관련 연구에서 성과를 얻어 노벨상도 받았다. 미국 기반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 등을 포함해 제약사와 인연이 돼 위원회에 참여하고 협력하고 있다. 이들 제약사가 새로운 암이나 희귀질환 등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기초 연구가 다져진다면, 그 다음은 제약사를 통한 신약 상용화일 것이다. 개발 단계에서는 제약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한 좋은 치료제가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려고 노력한다."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까지 많은 연구를 하고, 위기도 경험했을 것이다. 어떻게 극복하고 좋은 성과를 냈는가.

"연구라는 여정은 실망과 실패의 연속이다. 처음부터 상이 목표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실패를 이겨내고 연구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선 나로서는 큰 목적을 달성하기 보다 작은 목표를 잡아서 하나씩 달성하려고 했다. 너무 높은 목표를 잡는 것이 문제다. 할 수 있는 작은 목표을 설정하고 기쁨을 얻다보면 어느 순간 10~20년 후 큰 성과를 얻고 좋은 결과물을 낼 것이라고 본다."

-젊은 과학자와 연구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학자의 안목도 중요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과학은 예술과 닮았다. 예술도 안목이 있어야 하듯, 과학도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한 안목이 있어야 한다. 어떠한 연구를 할 지 선정하고 추진하는 것도 결국 안목에서 비롯된다. 또한 함께 연구하는 협력자들도 중요하다. 좋은 파트너들과 연구를 할 때 좋은 연구 성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실망에서 그치면 안된다. 의학 연구의 경우 인체 질병에 대한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과 다른 수치나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이 과정을 즐기고 항상 질문하고 연구를 하다보면, 결국 노벨상이라는 영광에 도달할 수 있다. 위대한 산으로 가기 위한 연구를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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