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좀 입는 여자들의 선택, '아빠 핏'

최보윤 기자
입력 2019.11.05 03:00

性 구별 없는 패션계 유행 따라넉넉하고 큼직한 옷이 트렌드로남성복 찾는 여성들 늘어나며공용 사이즈로 재출시하기도

올가을 '옷 좀 입는다' 소릴 듣고 싶으면 아빠 혹은 남편 옷을 꺼내 입어야 할 것 같다. 남자 친구 옷을 빌려 입은 듯한 넉넉한 스타일의 '보이프렌드 핏(fit)'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지만 최근엔 '아빠 핏(dad fit)'까지 트렌드가 됐다. 1990년대 느낌의 '레트로' 유행과 함께 낙낙하고 낡은 듯하면서도 최대한 멋을 덜 부린 듯한 느낌이 가장 멋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리바이스, 랭글러 등 '대드 진(dad jean)'을 내세운 청바지 브랜드가 상종가고, 여성적 곡선미를 주로 내세우던 디자이너 빅토리아 베컴도 '대드 핏' 의상을 여럿 선보였다

방송인 김나영이 남녀 공용으로 입을 수 있는 'M트로이자켓'의 여유 있는 사이즈를 골라 소매 끝을 접어 낙낙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블랙야크
◇겹쳐 입을 땐 남자 옷이 제격

패션계에선 '젠더리스' '젠더플루이드' 등 성별 구분 없이 무대에 서는 게 트렌드이지만 이젠 보통 사람들 의상도 남녀 구분이 모호해졌다. 옷 잘 입기로 소문난 연예인 정려원이나 김나영, 최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털털한 모습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손담비 등이 이러한 트렌드에 불을 붙이고 있다. 재킷이나 셔츠, 코트 등 넉넉하고도 큼직한 의상을 자주 선보이면서 남자 옷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비욘드 클로짓'의 고태용 디자이너는 원래 남성을 타깃으로 스웨트셔츠나 카디건 등을 선보였는데, 남성과 여성 구매 비율이 35대65다. 남자 옷은 겹쳐 입기에도 좋고, 단순해 보이지만 커프스나 단추, 포켓 같은 섬세한 디테일을 즐길 수 있다.

남자 사이즈 더플코트를 입은 가수 선미. /헤드
모델 출신인 50대 최미애 백제예술대학 교수를 화보 모델로 기용한 '블랙야크'는 최 교수가 평소에도 남자 옷을 자주 입는다는 것에 주목했다. 긴 가을이 지속되면서 찾게 되는 플리스나 조끼(베스트)도 남녀 구분 없이 입기에 좋은 아이템이다. 코오롱 FnC의 '헤드' 모델 선미의 경우 남자 사이즈 플리스 코트를 여유로우면서 세련되게 연출했다.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의 온라인 전용 상품 '247팬츠'는 여성들도 입겠다는 요청이 쏟아져 여성 전용인 F(female) 사이즈를 선보인 경우. 지난해 첫선을 보인 이후 올 들어 물량을 30% 늘렸다.

◇넉넉해도 엉덩이 사이즈는 작을 수 있으니 주의

남자 옷을 자주 입는다는 '더 스튜디오K'의 홍혜진 디자이너는 남자 옷의 장점으로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해도 실패 확률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몸에 착 감기는 스타일보다는 패턴이 상대적으로 평면적이고 직선적인 실루엣이어서 착용감이 어색할 수도 있다. 슬림핏(fit)을 원하면 아시아·유럽 브랜드를, 넉넉한 핏은 미국·북유럽 브랜드 중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홍 디자이너는 "남성복은 무조건 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깨 사이즈가 크고 팔 길이가 긴 점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엉덩이 둘레 등은 같은 사이즈 여성 의류보다 작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플일 때는 소재를 통일해 연출하면 세련돼 보인다.


조선일보 A22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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