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억류됐다 숨진 美 웜비어의 부모… 내달 방한, 납북 피해자 가족 만난다

김은중 기자
입력 2019.10.31 04:16

북한에 의한 전 세계 납치·억류, 피해자 공동결의문 채택할 예정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송환돼 닷새 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고(故) 오토 웜비어(Warmbier)의 부모 프레드 웜비어(60·사진 오른쪽신디 웜비어(61·왼쪽) 부부가 다음 달 한국을 찾는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는 30일 본지에 "내달 22일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 결의 대회'에 웜비어 부부를 초청했고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2000년 11월 결성돼 8만명이 넘는 전쟁 납북자의 존재를 알리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웜비어 부부는 다음 달 22일 한국의 납북 피해자 가족 100여명과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1977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마쓰모토 교코(松本京子·71)씨의 가족도 이 자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북한의 테러 행위로 피해를 입었기에 한국과 일본의 납치 피해자 가족과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에 의한 전 세계 납치·억류 피해자 공동결의문 선언도 채택할 예정이다.

웜비어 부부는 지난해 2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적이 있으나 개별 방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부친 프레드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초대받았던 탈북자 지성호씨 등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만나 "자유를 위한 싸움에 미국인들도 마음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부부는 '항공비를 자비로 부담하겠다'는 조건까지 내걸 정도로 강한 방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시나 폴슨 유엔인권서울사무소장, 이정훈 연세대 교수(전 북한인권대사) 등과 면담해 북한의 인권 탄압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들려준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임진각에 문을 연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 들러 분단의 아픔도 간접 체험하기로 했다.

부부의 아들 오토는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호텔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7월 북한이 석방을 결정했으나 혼수상태로 귀국해 닷새 만에 사망했다.

부부는 아들의 죽음 이후 전 세계를 다니며 북한 정권의 부당함과 북한 인권 탄압 실태를 알리고 있다. 지난해 5월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심포지엄에서 "아들이 북한에 억류돼 있을 당시에는 두려워서 입을 다물었지만, 이제는 인권 실태에 침묵하지 않겠다. 김정은 정권의 인권 탄압을 고발하기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A22면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