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北호텔서 창 열고 얘기했더니, 외출 후 커튼 잠겨… 도청한 듯"

윤동빈 기자 최아리 기자
입력 2019.10.22 01:43

北서 월드컵예선 치른 선수 밝혀… 2년전 女축구대표팀도 의혹제기
거친 경기 이어 축구팬들 분노 "이런데도 남북 올림픽 열거냐"

북한 당국이 최근 월드컵 예선 경기를 치르기 위해 방북(訪北)한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호텔 방에서 도청했다는 주장이 선수들로부터 제기됐다.

대표팀 수비수 권경원(27·전북)은 20일 포항과 벌인 K리그 홈경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도청을 당했다. 신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대표팀은 14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다음 날 북한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0대0 무)을 치르면서 2박 3일 동안 평양고려호텔에 머물렀다. 권경원은 "(경기 당일 오전) 호텔 방에서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밖을 구경하며 얘기했는데, 점심을 먹고 오니까 커튼이 열리지 않게 고리가 단단하게 걸려 있어 놀랐다"며 "(이를 계기로) 함께 방을 썼던 (김)영권이형과 서로 말조심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한국 선수 도청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4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치렀던 이민아(29·고베)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남자 대표팀과 달리 평양 양각도호텔에 머물렀던 이민아는 "호텔 방에서 혼잣말로 '수건 좀 갖다주세요'라고 외쳐봤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5분 후 청소하는 분이 노크하더니 수건을 가져다줬다"고 했다.

거친 축구 경기에 이어 도청 의혹까지 제기되자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네이버 이용자 3500명이 권경원의 인터뷰 기사에 '화나요' 버튼을 눌렀다. 댓글도 1300개가 넘게 달렸다. "이런데도 (대통령은)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등 북한과 정부 비판이 주를 이뤘다.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인 '에펨코리아'에도 "이 정도면 그냥 납치 아니냐" "방 안에서 말을 잘못했다간 바로 끌려갈 뻔한 상황"이라는 등 비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내년 홈경기땐 (북한 선수들을) 귀빈 대접 할 게 뻔하니 분통이 난다"고 했다. "이제 적폐 세력에 손흥민, 벤투에 이어 권경원이 추가됐다"고 한 댓글도 있었다.

앞서 대표팀은 북한 원정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바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인터뷰에서 "상대가 워낙 거칠어 경기 흐름이 평소보다 원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간판 선수인 손흥민도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말하고, '북한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굳이…"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일부 정부 지지자가 손흥민의 답변에 "정치 의식이 부족하다" 등의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A12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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