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 단위 적자 내고 수천만원 보너스, 공기업 사장들 분탕질

입력 2019.10.22 03:18
지난해 1조1700억원의 거액 적자를 낸 한전이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에서 'B(양호) 등급'을 받아 임원 6명이 성과급 3억27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3조9000억원 적자를 낸 국민건강보험공단도 A등급을 받아 기관장이 보너스 6400만원을 받았다. 민간 기업이었다면 이런 처참한 실적을 낸 경영진은 당장 해고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은 문재인 정부가 정부 정책에 총대를 잘 메는 공공기관에 높은 점수를 주도록 평가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신규 채용 확대처럼 정부 정책에 얼마나 잘 협조하느냐에 따라 성적을 매기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공 기관장들 앞에서 "일자리 창출, 상생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공공기관의 경영 철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경영을 엉망으로 하고도 높은 평가를 받아 수천만원씩 보너스를 챙겨 가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매년 수조원씩 흑자를 내던 한전은 원전 가동을 줄이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 탈(脫)원전 정책 탓에 1조원대 적자로 돌아섰다. 건보공단은 '문재인 케어' 여파로 2017년 3680억원 흑자에서 1년 만에 4조원 가까운 적자로 전락했다.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이 거둔 총 순익은 1년 전보다 85%나 급감했다. 이런 급격한 부실화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충격적인 결과다. 실적이 악화되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정상인데 정반대로 정규직 전환 2만4000명을 포함해 직원은 3만6000명이나 늘렸다.

이들이 이런 '분탕질'을 하고 있는 것은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는 공기업이어서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 주가는 문 정부 출범 이후 40%나 하락했고, 한때 1조원 넘게 배당을 했던 한전은 올해 40여만명 주주에 대한 배당을 한 푼도 못했다. 한전은 내년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건보공단은 보험료 인상 폭을 과거보다 더 높이겠다고 한다. 대통령의 엉터리 공약에 앞장서다가 기업을 엉망으로 망치고 국민·주주에게 손실을 끼쳐놓고도 수천만원씩 보너스를 받아 챙겼다. 모두 배임 혐의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
조선일보 A35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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