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아집'으로 갈등 불 지른 게 文 대통령 아닌 다른 사람인가

입력 2019.10.22 03:19
대통령이 21일 종교 지도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조국 사태'로 갈라진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종교계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국민이 두 쪽으로 갈라져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몰려갔던 건 상식을 벗어난 대통령의 인선과 고집 때문이었던 만큼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을 것이다. 혹시나 했더니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온통 남 탓뿐이었다.

대통령은 "(취임 후) 우리 나름대로 협치를 위한 노력을 하고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 정책을 시행했다"면서 "국민 통합이란 면에서 크게 진척된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이 통합과 협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는 건가. 취임사에서 그런 말을 한 직후부터 오직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며 일방통행을 했다. 조국씨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8월 9일 개각까지 야당의 반대로 인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 모두 22명이었다.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역대 정권 최다 기록인 17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통령은 조국씨와 그 일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불법 반칙 특권뿐만 아니라 합법 제도 속에 있는 불공정까지 모두 해소해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라고 했다. 조씨 조카는 이미 구속됐고 그 아내에 대한 구속영장에 적힌 범죄 혐의는 10개에 달한다. 대통령은 마치 법질서 안에서 사소한 불공정 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이들을 감쌌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마치 남 말하듯 한다. 조국 사태가 대통령 자신의 아집에서 비롯됐다는 반성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대통령이 정치, 경제, 안보의 모든 위기 상황에서 남 탓만 하고 있으니 국정이 표류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A35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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