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문 대통령 딸과 말레이 파견 여경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10.21 18:11

‘버닝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규근 총경은 지난 10일 구속 수감됐다. 특가법상 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직권남용,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다. 윤규근 총경은 특수잉크 제조업체인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의 정 모 대표에게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가수 승리와 사업파트너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개업한 강남 술집 '몽키뮤지엄'에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단속 내용을 미리 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가수 승리의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사람이다. 지금 보는 사진은 윤규근 총경이 2018년5월 조국 민정수석과 청와대 회식 자리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모습이다.

그런데 윤규근의 아내도 경찰관이다. 윤규근의 아내 김모 경정은 2017년 9월1일 주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2등 서기관 겸 영사로 부임했다. 3년 임기로 지금도 그곳에 근무 중이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경정이 말레이시아에 부임한 두 달 뒤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신(新)남방정책’을 발표했다.(…) 청와대에 근무하던 윤 총경이 관련 정보를 사전 입수해 아내 파견과정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광덕 의원은 동남아 국가로 이주한 문 대통령 딸 다혜씨의 가족을 김 경정이 현지에서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주 의원의 주장은 이렇다. "말레이시아 인접 국가로 이주한 문 대통령 딸 가족을 김 경정이 관리해왔다면 해외 주재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난 것이다. (…) 파견 과정에 윤 총경이나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현지에서 실제 어떤 임무를 담당했는지 관계 당국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윤규근 총경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한 달 뒤인 2017년6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행정관으로 파견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뒤 외교부 장관 명의로 주말레이시아 대사관을 포함한 해외 주재관 모집 공고(公告)가 나왔다. 말레이시아는 말라카 해협이 위치하고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원유 대부분이 이곳을 통과하기 때문에 주말레이시아 대사관의 경찰 주재관 자리는 한 번도 예외 없이 줄곧 해양경찰이 나가던 곳이었다. 그런데 해양경찰이 아닌 육지경찰인, 윤규근의 아내 김 경정이 파견되자 해경 곳곳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문 대통령 딸과 관련된 의혹도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당시 조국 민정수석, 윤규근 행정관이 비밀을 공유하면서 대통령 딸에 관한 일을 관리하고 수습해왔는데, 이 일을 현지에서 돌보기 위해 윤규근 행정관의 아내인 김 모 경장을 말레이시아로 파견했다는 의혹을 야당은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이런 의혹도 꺼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서 검찰개혁을 10월 중에 마무리해 줄 것을 지시했는데, "검찰에 구속된 윤규근이 대통령 딸 문다혜와 관련된 내용도 조사받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곽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차관으로부터 급히 보고받고 직접 보고를 지시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첫 문장은 이렇다. "딸 문다혜가 해외 이주한 사정을 지켜줄 보호막아 사라져 이제부터는 염치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챙길 수밖에 없기 때문인가요?"

곽 의원은 의혹 내용을 이렇게 설명했다. "뒤늦게 청와대에 들어온 노영민 비서실장이나 김조원 민정수석에게 ‘천기’(딸의 이주 사유)를 알려줄 수는 없으니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지금, 문다혜와 관련된 검찰 수사를 챙길 수 있는 길은 법무부차관·검찰국장 라인(이다)." "그래서 더 수사하지 말고 10월 중 마무리하라는 사인을 검찰에 보낸 것 아니겠는가." "다혜씨가 지난해 7월25일 해외로 이주한 데 대해 당시 이주 사유를 파악 가능한 청와대 내부 관계자는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윤규근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과 조국 전 민정수석(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검찰개혁을 부르짖고 있고, 조국은 사퇴하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여기서 부르짖는 검찰개혁을 ‘문다혜와 관련된 검찰 수사 저지’로 바꿔보면 모든 의문은 풀린다."

오늘 나온 의혹의 핵심은 청와대 민정실 출신 윤규근 총경의 아내 김모 경정이 왜 관례를 깨고 말레이시아 주재관으로 파견됐는가 하는 점이다. 주광덕 의원과 곽상도 의원의 의혹 제기는 앞으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겠는지 지켜봐야 한다. 공당(公黨)의 현직 의원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그냥 찔러보는 의혹 제기를 했다면 곤란하다. 외교부와 청와대는 관련 의혹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외 주재관 한 명을 보내는데 청와대가 관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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