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저 난입, 경찰은 쳐다만 봤다

안상현 기자
입력 2019.10.19 01:45

어제 親北 대학생단체 17명, 대사관저 담 넘어 기습 점거
경찰 "대응하면 시위대 다쳐" 저지않고 1시간 가까이 방치
외국공관 보호는 국가 의무

친북(親北) 단체 남녀 회원 17명이 미국 대사관저 담장을 넘어 침입했다. 이들은 대사 가족이 생활하는 관저 건물 현관 앞을 점거하고 1시간 넘게 반미(反美) 시위를 벌였다. 당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와 그 가족은 관저를 비운 상태였다. 정치적 목적의 미 대사관저 집단 난입은 1989년 전대협의 점거 농성 이후 30년 만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8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회원 19명을 미국 대사관저에 침입한 혐의 등(공동주거 침입·집시법 위반 등)으로 현장에서 전원 체포했다"고 밝혔다. 대진연은 지난여름 서울에서 북한 김정은 칭송 대회를 열었던 단체다. 대사관저는 빈 협약에 따라 한국 경찰이 보호해야 할 '특별한 의무'를 갖는 장소다. 그러나 현장 경비를 서던 의무경찰은 시위대의 난입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18일 오후 3시쯤 친북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대사관저 담장에 사다리를 대고 관저 안으로 넘어들어가고 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대진연 회원에게 붙들려 저지당하거나(오른쪽 끝) 무전으로 지원 요청하느라(왼쪽 끝) 이들의 월담을 제지하지 못했다. 관저에 기습 침입한 이들은 관저 현관까지 올라가 반미 플래카드를 펼치고 구호를 외쳤다. /뉴시스
대진연 회원 19명이 서울 중구 덕수궁 인근 미국 대사관저 앞에 처음 도착한 것은 이날 오후 2시 55분쯤. 반미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해리스(주한 미국 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 "미국 반대!" 등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준비해온 철제 사다리 2개를 펼쳐 약 3m 높이 관저 돌담을 넘기 시작했다. 남성 2명이 경찰 3명을 몸으로 막는 동안 여성 11명을 포함한 17명이 담을 넘어갔다. 경찰은 "사다리를 무작정 치워버릴 경우 넘어가고 있던 학생들이 떨어져 크게 다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사관 진입에 성공한 시위대 17명은 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의 현관 앞을 차지하고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 70여 명이 이들을 따라 관저에 진입했지만, 시위대 중 남자만 끌어낸 뒤 여자 11명은 수십분간 시위를 하도록 내버려뒀다. "여성 몸에 손을 댔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여경(女警) 도착을 기다린 것"이라며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포위는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 시위대는 시위 장면을 동영상에 담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여경 25명이 도착해 시위대를 전원 연행한 시각은 월담이 시작된 지 70분이 지난 4시 5분이었다.



조선일보 A1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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