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관종

입력 2019.10.19 03:16

'관심 종자'의 준말인 '관종'은 주목받으려는 욕구가 너무 강해 피해를 주거나 불쾌감을 일으키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관심병 환자'라고도 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욕구가 있지만 질병 수준에 이른 사람들이 있다. 역사상 최초의 관종은 고대 그리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에 불을 지른 헤로스트라투스라고 할 만하다. 그는 방화 이유로 "이름을 후세에 영원히 남기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 말이 기록되면서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됐다.

▶예전 관종은 주로 공공장소에 출몰했다. 대개 정신이상자가 많았는데 레이건 미국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던 존 힝클리 주니어는 "대통령을 죽이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막판에 1위로 달리던 브라질 선수를 밀쳐 넘어뜨려 3위로 처지게 한 사람은 종말론자였다. 그는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불평했는데 이미 포뮬러원 경주장과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에도 난입한 적이 있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가 생긴 뒤로 관종의 숫자는 급격히 늘고 그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몇 년 전엔 괴이한 자세로 찍은 사진을 올린 뒤 "이 사진에 '좋아요'가 1만개 넘게 달리면 다음엔 더 황당한 사진을 찍겠다"고 약속하는 '좋아요 구걸'이 유행하기도 했다. 관종들의 심리적 특징은 자기애가 강하면서 열등감도 깊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국 전 장관이 퇴임 이틀 뒤 한밤중에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또 바꾸고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문구를 올렸다. 불과 얼마 전 아내가 검찰 조사를 받던 한밤중에도 얼굴 사진을 세 번 바꿨었다. 이 정도면 중독 수준을 넘은 것 같다.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고 자신도 검찰에 출두해야 할 텐데 휴대폰을 들고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있는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 썼던 글들이 하늘에 뱉은 침이 되어 제 얼굴에 계속 떨어지는데도 조씨는 쉬지 않고 멋진 글을 올리고 사진을 바꾼다. 그는 2010년 한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외모만 보고 좋아하는 사람, 그냥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내 생각을 전달하자는 거죠. 외모에 호감을 가진 대중이 저의 말에 귀를 기울여 생각까지 바꾸게 된다면 좋은 일 아닙니까." 페이스북 글을 1시간여 동안 15번 고치고, 사진을 10분 새 3번 바꾸는 이유는 '잘생긴 내가 나서야 한다'인 것일까.


조선일보 A30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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