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42] Our job is talking not yelling

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2019.10.19 03:13
'한 사회 문명의 수준을 알고 싶다면 그곳의 교도소에 들어가 보라(The degree of civilization in a society can be judged by entering its prisons).'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글입니다. '그린 마일(The Green Mile·사진)'은 앞 문장의 함의(含意)대로 죄수를 대하고 관리하는 교도관의 태도가 문명의 수준을 재는 한 척도라고 호소합니다. 대문호의 대표작 제목대로 영화의 주제는 '죄와 벌'입니다.

무대는 1935년 미국의 한 교도소. 주인공은 초능력을 가진 순진무구한 흑인 청년 존. 그가 교도소장 아내의 뇌종양을 치료해 생명을 구합니다. 사형수들을 감독하는 교도관 폴의 요도염도 낫게 해줍니다. 그렇게 기적을 행하는 존은 두 백인 여자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고 목숨을 뺏은 살인마입니다. 이 사건 이전엔 어떤 전과 기록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폴은 존이 누명을 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폴은 수칙이 있습니다. '우리는 폭언이 아니라 대화로 재소자를 대해야 한다(Our job is talking not yelling).' 한편 주지사의 아내와 친척인 신입 교도관 퍼시는 권력의 뒷배를 등에 업고 교도소 안에서 갑질을 합니다. 폴의 수칙을 비웃는 그는 폭언과 폭력으로 재소자를 다룹니다. 심지어 그는 존이 누명을 벗을 기회를 앗아갑니다. 그가 최근에 투옥된 사형수 빌을 증오해 쏴 죽인 건데요. 존이 초능력을 써 빌이 두 소녀를 죽인 진범이라는 걸 알아낸 직후입니다. 누명을 영영 벗겨줄 수 없다고 판단한 폴은 존에게 탈옥을 권하는데….

'단지 살아 있기만 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 깨달을 때 비로소 인간의 존재는 신비롭다(The mystery of human existence lies not in just staying alive, but in finding something to live for).' 도스토옙스키의 글입니다. 억울한 최후를 맞으러 사형장으로 향하기 전 존이 폴에게 말합니다. 악을 막을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인류가 명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그 내용은 가려둡니다.


조선일보 A31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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