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스타라며 예약금도 안 내놓고… '노쇼'해도 되나요?"

입력 2019.10.19 03:00

[아무튼, 주말]
다시 불붙은 노쇼·예약금 논란

최근 일어난 세계적 스타의 '노쇼' 사건으로 예약금 제도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다. 외식업계에서는 "예약금제가 조금씩 도입되고 있지만, 손님들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숫자가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은 세계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 12명의 예약을 하시고 예약 시간 불과 30분 직전에 다른 레스토랑에 가겠다고 노쇼(No Show) 하셨습니다. 처음 일반인 이름으로 예약하셨고 디파짓(deposit·예약금) 요청을 드리니 그제야 어느 분께서 가신다 오픈하고(밝히고)는 6통의 메일을 지속적으로 보내시며 무조건 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하셨고(끝까지 예약금 안 냄) 예약 1시간 전에는 처음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시기까지 하셨는데 결국 노쇼…. 세계적인 스타면 예약 쇼핑해서 그때그때 맘에 드는 거 골라 먹어도 괜찮은 건가요?"

서울 청담동에 있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무오키' 박무현 오너셰프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글이다. 이 글이 올라가자 미식가들 사이에선 "노쇼 한 세계적 스타가 도대체 누구냐"며 난리가 났다. 잠시 뒤 '(영국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댓글이 박 셰프의 포스팅에 달렸다. 박 셰프에게 확인을 요청하자 "노쇼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던 것이지 손님을 비난하려던 게 아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는 "스타의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면서도 '베컴이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 스타를 초청해 행사를 진행했던 국내 기획사 실수 아니냐"고 묻자, 박 셰프는 "영국에 있는 스타의 비서가 직접 이메일과 국제 전화로 예약을 문의했고 확인도 했다"면서 "노쇼를 했던 날 저녁 그 스타는 '한우 오마카세'로 유명한 고깃집에서 식사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쇼와 예약금 제도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노쇼란 예약해놓고 취소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예약 부도'를 말한다. 항공업계 용어였던 노쇼는 이제 레스토랑과 호텔, 병원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항공·호텔업계에서는 미리 티켓 또는 바우처를 구입하거나 신용카드 가승인 상태로 보증금을 걸었다가 노쇼 했을 때 남은 날짜에 따라 해당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떼고 환불이 된다. 해외 레스토랑들도 예약금 제도를 운영하는 곳이 많다.

국내 레스토랑에서는 예약금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예약금을 부담스러워하는 손님이 아직 많아서다. 무오키에서는 4인 이상 예약할 경우 1인당 5만원의 예약금을 받는다. 3일 전 예약 취소하면 전액 환불, 하루 전까지 취소하면 50% 환불, 당일 취소 시 환불되지 않는다. 박 셰프는 "2인 이하 예약까지 예약금을 받는 100% 예약금 제도를 곧 시행하려 하는데 초반에는 손님과 매출이 최소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레스토랑 노쇼는 대부분 일반 손님에 의해 발생한다. 소위 '셀럽'이라 불리는 유명 인사의 노쇼는 거의 없다. 요리사 A씨는 "국내 유명인 특히 연예인의 경우 노쇼를 했다고 알려지면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고 활동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고 했다. 요리사 B씨는 "대기업도 노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회장님 변덕에 맞추려고 여러 식당에 동시 예약했다가 노쇼 하는 기업은 이름이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 많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 회장 C씨는 외식업계에서 '노쇼의 전설'로 꼽힌다. C 회장은 비서실을 통해 10개 식당을 동시에 예약하고는 한 곳만 가서 식사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혀 욕먹지 않는다. 나머지 9곳에 식사비를 100% 지불하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C 회장은 영국 런던 와인 일화도 있다. 런던에서 중요한 손님 접대가 있었던 C 회장은 비서진을 통해 레스토랑에 전화해 "집에서 직접 숙성시킨 1945년산 최고급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레스토랑에서는 "우리도 해당 와인을 같은 빈티지로 가지고 있으니 사 드시라"고 했다. C 회장이 끝까지 거부하자, 레스토랑 측은 "그럼 코키지 차지(corkage charge)를 내시라"고 했다. 코키지 차지란 와인을 가져와 마실 때 식당에 내는 돈을 말한다. 이 식당의 경우 해당 와인이 식당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100%. C 회장이 가져가려던 와인은 그 식당에서 3만유로(약 400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C 회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는 3만유로를 코키지 차지로 지불했다. 그러곤 자신의 셀러에서 와인을 가져와 손님에게 대접했다.

유명 연예인 중에서는 노쇼 등 갑질은커녕 오히려 바가지를 쓰고도 속앓이만 하는 경우도 있다. 변치 않는 미모로 여성들에게 '워너비 롤모델'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견 여배우 D씨가 서울 강남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았다. 식당 주인은 "오랜 팬"이라며 "괜찮은 와인이 있는데 드셔보시라"고 했다. 주문하지 않은 요리 3접시도 D씨 테이블로 보냈다. D씨와 일행은 와인과 요리를 '서비스'로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D씨가 받아 든 영수증에는 와인은 물론 요리 3접시 요금이 포함돼 있었다. 와인 값은 무려 45만원이었고, 요리도 접시당 2만원이 넘었다. D씨의 지인은 "눈탱이 맞았다('바가지 썼다'의 속된 표현)는 걸 알았지만 잘못 소문이라도 날까봐 항의도 못하고 고스란히 계산하고 나왔다"고 했다.
조선일보 B11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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