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쇄신 목소리 막고 "자중지란 말라"

김아진 기자
입력 2019.10.18 03:40 수정 2019.10.21 15:42

黨·靑 책임론 제기한 의원들에 "檢개혁 관철땐 지지층 다시 결속"
정봉주 前의원 "내부 총질 말라"

정성호 의원 "자기 정파에 불리한 사법절차에 대해 비방 넘어 외압… 그런 행태가 바로 사법농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7일 '조국 사태' 이후 여권 핵심의 '책임론'을 제기한 의원들을 향해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고 검찰 개혁에 총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청 쇄신 요구를 거부하고 대신 야당을 '반(反)검찰 개혁 세력'으로 몰아 국면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충청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당내의 쇄신 요구에 대해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고 검찰 개혁에 총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왼쪽부터 이 대표, 변재일 충북도당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부의 비판을 하는 분들조차도 우리가 분열하는 것, 말하자면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도부 차원에서도 유감 표명하고 사과 의사를 밝힌 분이 여러 분 계십니다마는 그런 걸 떠나서 지금은 민생과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신속하게 검찰 개혁을 강력하게 전개하는 일이 훨씬 더 화급하다"고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요구하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책임론을 사실상 걷어찬 것이다. 당 외곽에서도 자성론에 적대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14일 인터넷 방송에서 "왜 내부에서 총질을 하느냐"며 "전국 40개 교도소 통일된 조폭이 다 내 '나와바리'(구역)다. 까불지 마라"고 했다.

전날 3선의 정성호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일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고 했고, 부산 초선인 김해영 최고위원은 "집권 여당의 지도부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했었다. 정 의원은 이날도 법사위 국감에서 "자기 정파에 불리한 어떤 수색이 이뤄지거나 사법 절차가 진행되면 비판을 넘어 비방하고 외압을 행사하는 그런 행태가 정상적인가. 그런 행태가 사법 농단"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온종일 '검찰 개혁'만 외쳤다. 이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로 인한 지지율 급락에 대해 "저희가 검찰 개혁을 관철시켜 나간다면 우리 당을 비롯한 개혁 지지층들은 다시 결속하고 지지율 격차는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위한 숙고의 시간은 이제 13일 남았다"고 했다.

그러나 총선을 6개월 앞둔 의원들의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지역구를 찾으면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아무런 반성과 성찰 없이 끝내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은 "중도층이 훅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면서 "검찰 개혁을 내세워 여론을 바꿔보려고 애쓰지만 이미 정파성이 짙어진 이슈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에선 더 다급한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지역에서 야당에 더블 스코어로 진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지도부에 전달했지만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김영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 한심한 꼴 때문에 부끄럽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의원에게 "(사정이) 어려운 부산에서 함께하자"고 했다. 앞서 대구의 홍의락 의원도 "이철희는 대구로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에게 서로 자기 지역에 출마해 선거를 도와달라고 SOS를 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총선용 개혁몰이에 당하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를 거듭 반대하며 "조국 대란의 책임자들이나 사퇴하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게슈타포(과거 나치 비밀 경찰)인 공수처를 만들어 친문 독재의 끝을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로 나라를 두 쪽으로 쪼갠 책임은 언급하지 않고, 비리 덩어리 조국이 제안한 엉터리 검찰 개혁안을 빨리 처리하라고 독촉하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할 짓이냐'고 썼다.


조선일보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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