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 실제보니]고함과 몸싸움 난무한 북한축구, 벤투호는 위축돼 있었다

스포츠조선=이원만 기자
입력 2019.10.17 18:05
[축구회관=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막아! 야 간다! 잡아라!"
◇대한축구협회가 1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남북전을 상영하고 있다. 이원만 기자
텅빈 관중석을 배경으로 북한 선수들의 거친 고함과 함성이 고막을 때렸다. 일부러 더 크게 고함을 치는 듯 했다. 작전의 일부였을까. 몸싸움도 대단했다. '전쟁 같은 경기'라는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말이 이해가 됐다. 유혈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북한은 저돌적으로 나왔다. 하얀 유니폼을 입고 그 안에서 뛰는 한국축구 대표팀 '벤투호' 선수들은 무척이나 위축된 듯 보였다.
사상 초유의 '깜깜이 매치'를 이틀 만에 확인할 수 있었다. 벤투호는 지난 1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 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러 0대0으로 비겼다. 그러나 이 경기는 중계도 없고, 관중도 없고, 취재진도 없는 '3無' 경기로 열렸다. 원래 17일 오후 KBS에서 녹화 중계를 하려고 했으나 북한에서 전달받은 경기 영상 DVD의 화질이 너무 열악하고, 현재 국내의 방송 표준(HD화질, 16대9 화면비율)과 맞지 않는 SD 화질의 4대3 비율이었다. 공항에서 이를 확인한 KBS 측이 결국 '방송 불가'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오후 3시30분부터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북한전 영상 상영회를 열었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녹화 중계 취소와 관련해 여러 억측이 불거져 나와 이번 상영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경기가 열린 지 이틀만에 실제 남북전을 볼 수 있었다. 5만 관중이 들어올 수 있는 평양 김일성경기장 텅빈 관중석 때문인지 더욱 크고 공허해 보였다. 관중석 상단에서 찍은 영상은 간혹 선수들을 클로즈업했으나 방송 중계용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움직임은 비교적 잘 확인됐다.
전체적으로 북한 축구는 강한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를 타이트하게 압박하는 스타일이었다. 충분히 위협적인 경기력이었다. 홈경기에서 기세로라도 앞서겠다는 각오를 했는지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나왔다. 몸싸움도 거칠었다. 전반 6분 만에 한 차례 소요사태가 벌어졌다. 왼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나상호(FC도쿄)가 공중볼을 따내려다가 북한 수비수 박명성의 등을 밀치는 파울을 범했다.
이에 대해 박명성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까지는 흔히 나올 수 있는 장면. 그런데 화면에 나오지 않은 쪽에서 황인범(밴쿠버)이 북한 선수에게 얼굴을 맞았다. 현장에서 경기를 본 대한축구협회 김민수 대리는 "영상에는 잡히지 않았는데, 나상호의 파울 이후 황인범이 공쪽으로 다가오다가 북한 선수에게 얼굴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양측 선수들이 몰려나와 대치하는 장면이 나왔다. 황인범은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사태는 금세 정리됐다.
다시 축구가 시작됐다. 하지만 한국은 어딘지 모르게 위축돼 있었다. 결국 전반을 유효슈팅 '0'으로 마쳤다. 오히려 북한이 전반 9분경 리은철의 크로스가 골문으로 향하는 등 위협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정일관(미드필더)과 박광룡(공격수)도 위협적인 슛을 날렸다.
후반 들어 벤투호는 다시 재정비를 한 듯 경기력을 일부 회복했다. 여전히 북한이 거친 몸싸움과 백태클 등으로 위협했지만, 전반 경험을 통해 압벅을 벗어나는 법을 터득한 듯 보였다. 후반 26분 쯤 황희찬이 크로스로 넘어온 공을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에게 막힌 것이 아쉬웠다. 김문환(부산)의 슛도 아쉽게 막혔다. 결국 힘겨운 상황에서 승점 1점을 얻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축구회관=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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