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관중·득점, 핵심요소 다 빠진 이상한 남북 대결

뉴시스
입력 2019.10.15 22:48

[평양축구]

평양서 열린 월드컵 예선 남북전
생중계도, 취재진도 없다. 심지어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도 없다.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월드컵 예선전은 요상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30분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을 치렀다.

지난 7월 조 추첨에서 평양 맞대결이 성사됐을 때부터 우려를 자아냈던 이 경기는 각종 변수들이 쏟아진 전례 없는 한 판으로 남게 됐다.

이미 알려진대로 남북 대결은 전파를 타지 못했다. 중계권을 갖고 있는 북한측이 무리한 금액을 요구하면서 소득 없이 협상 테이블이 접힌 탓이다. 남자축구대표팀 경기가 전파를 타지 못하는 것은 1985년 3월 네팔에서 열린 1986 멕시코월드컵 예선전 이후 34년 만이다.

익숙하지 않은 생중계의 무산은 웃지 못할 촌극으로 이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현장에 파견된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 감독관을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경기 감독관은 북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어 외부와의 소통이 가능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에서 파견된 직원은 휴대폰은 물론 컴퓨터를 활용한 메신저까지 사용할 수 없어 정보 전달에 애를 먹었다.

전달 과정도 복잡했다. 감독관이 AFC 말레이시아 본부로 내용을 넘기면, 이를 AFC가 대한축구협회 홍보실로 보낸다. 이 정보를 대한축구협회가 취재기자들과 SNS에 공지한 뒤에야 팬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내용은 경고와 교체 선수, 전체적인 분위기 등에 국한됐지만 경기 감독관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이마저도 알 수 없는 완벽한 '깜깜이 매치'가 될 뻔 했다.

이번 남북 대결이 이색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는 일반 관중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축구의 성지로 통하는 김일성경기장은 5만 관중이 수용 가능하다. 전날 양팀 관계자들이 참석한 미팅에서 북한측은 '4만명 정도가 올 것'이라고 한국측에 밝혔지만, 정작 경기날에는 관중석을 개방하지 않았다.

2년 전 여자축구 남북 대결 당시 만원 관중을 모아놓고 한국 선수들의 기를 꺾으려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은 2005년 6월 일본전을 관중 없이 치른 바 있다. 그해 3월 김일성경기장에서 치러진 이란전에서 0-2로 패하자 흥분한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하는 바람에 AFC로부터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전은 제3국인 태국에서 열렸다.

무관중 경기는 AFC측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AFC와 사전 조율된 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홈팀이 갖는 최대 이점인 자국팬들의 응원까지 포기한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남북전을 보기 위해 급히 날아온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단 한 명의 현장 축구팬을 목격하지 못한 채 여정을 마쳤다.

중계와 관중이 사라진 경기에서는 득점까지 자취를 감췄다. 두 팀은 90분 간 공방전을 벌였으나 그 누구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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