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구호만 외치는 집회는 지루하다… 스마트하게 기획, 매번 업그레이드하라"

김은중 기자
입력 2019.10.10 03:00

[美 보수연합 맷 슐랩 의장 방한, 한국 보수에 조언]
- 분열 겪는 '한국 보수'
좌파 포퓰리즘·反시장 정책 타파… 차이점보다 공통 구호에 집중을
- '밀레니얼 세대'의 외면?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사다리' 보수가 만든다는 걸 적극 알려라

"천편일률적인 구호만 외치다 끝내면 의미 없습니다. 치밀하고 스마트하게 기획해 매번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맷 슐랩(52·사진) 미국보수연합(ACU) 의장은 '감동이 있는 보수 집회는 어떻게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1964년 설립된 ACU는 미국 최대 보수 성향 시민단체로, 매년 2월 메릴랜드주(州) 내셔널하버에서 열리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를 주관한다. CPAC에선 대통령부터 공화당 국회의원, 보수 싱크탱크에서 대학생까지 2만명이 모여 3박4일간 보수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토론한다. 미국 보수 진영 내 손꼽히는 빅 이벤트다.

/장련성 기자
슐랩 의장은 3일 한국에서는 처음 열린 CPAC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주말마다 열심히 거리에 나가더라도, 형식이 매번 똑같으면 사람들이 금세 지루해한다"며 "사후 피드백을 통해 개선점을 찾고 계속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CPAC에선 대통령도 15분 이상 연설을 할 수 없다. 연사들은 장광설을 늘어놓기보다 문답(問答)을 던지며 청중과 능동적으로 소통한다.

슐랩 의장은 "행사 폐막 다음 날부터 누가 좋은 연사였고, 행사 중 미비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소셜미디어에선 어떻게 유통됐는지 등을 분석한다"고 했다. 그는 "피드백을 받아 개선할 부분이 확인되면 1년 내내 보완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슐랩 의장은 "모든 걸 세금으로 해결하겠다는 사회주의자들의 준동에 맞서 보수의 전 세계적 단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정치·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려 벌이는 조치들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 전통의 우방인 미국과는 가까이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워싱턴 내 분위기를 전했다.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보수에 대해선 "'보수'라는 방에 다 같이 있다면 어느 문을 열고 들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동성애 이슈에 대한 이견(異見)에도 선거 때는 '보수'라는 이름 아래 뭉치는 자유지상주의자와 기독 보수주의자를 예로 들며 "좌파 포퓰리즘·반(反)시장 정책 타파 같은 공통의 구호에 집중하라"고 했다. 그는 "'같은 편이라면 마땅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고 정치를 도덕화하는 순간 연대(coalition)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다.

슐랩 의장은 "보수를 표방하는 정치인이라면 모든 걸 다해준다는 포퓰리즘이 결국엔 선택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을 용기 있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다리를 놓고 철도를 까는 일같이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실용적인 답안들을 보수 정당에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가 보수주의를 외면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선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보수가 청년들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회'와 '사다리'를 만들려 한다는 점을 어필하라"고 했다.

슐랩 의장은 워싱턴 정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막역하게 조언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의 아내 머르시디즈 슐랩은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최고자문역을 거쳐 트럼프 재선 캠프에 합류했다. 슐랩 의장은 "대통령 머릿속엔 오로지 비핵화뿐"이라며 "중간선거를 위해 트럼프가 북핵 문제를 적당히 관리하려 한다는 건 틀린 분석"이라고 했다. 하원의 트럼프 탄핵 조사 착수에 대해선 "민주당의 정략적 승부수로, (하원에서) 표결이 통과되더라도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할 거라 본다"고 했다.


조선일보 A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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