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이온 배터리' 3인에 노벨 화학상… 日 28번째 노벨상, 기업 연구로만 4번째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최인준 기자
입력 2019.10.10 03:00

구디너프·휘팅엄·요시노
일본 전자산업 필요에 맞춰 가볍고 충전 가능한 배터리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전기자동차 등에 널리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세 과학자가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 존 구디너프(97·미국) 미국 텍사스대 교수와 스탠리 휘팅엄(78·영국) 미국 빙엄턴대 교수, 요시노 아키라(吉野彰·71·일본) 일본 아사히카세이사(社) 명예 연구원을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요시노 연구원은 24번째 일본인 노벨 과학상(노벨상은 28번째, 일본 국적자는 25번째) 수상자다.

(왼쪽부터)존 구디너프·미국, 스탠리 휘팅엄·영국, 요시노 아키라·일본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충·방전이 가능한 전지다. 음극에 저장된 리튬 이온이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전자의 이동을 불러 전류가 발생하는 원리다. 리튬 이온 배터리 연구는 1970년대 발생한 오일 쇼크를 계기로 본격화했다. 유가(油價)가 급등하자 석유 기업들은 대체 에너지원 개발에 나섰다.

휘팅엄 교수는 1972년 미국 석유 기업 엑손모빌에 들어가 (+)전기를 띤 양이온이 고체의 빈 공간에 끼어들어가는 현상을 이용해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 역대 노벨상 최고령 수상자가 된 구디너프 교수는 1980년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휘팅엄 교수의 연구를 발전시켜, 전압을 두 배로 올렸다.

한동안 두 사람의 연구는 각광받지 못했다. 오일 쇼크가 지나가자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당시 일본 전자 업체들은 비디오카메라와 무선 전화기, 컴퓨터에 들어갈 가볍고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필요로 했다.

요시노 연구원은 일본 교토대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일본 화학 회사인 아사히카세이에 1972년 입사해, 1985년 폭발 위험을 없앤 배터리를 개발했다. 그전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는 음극에서 일어나는 금속 리튬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폭발 위험이 컸다. 그는 음극을 탄소화합물로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오늘날과 같이 가볍고 안전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완성된 것이다. 일본 소니는 1991년 최초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요시노 연구원은 이날 NHK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게 수상 배경인 것 같다"며 "향후 전기 자동차에 폭넓게 활용돼 환경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기업 연구원으로 다시 노벨상을 받은 게 기쁘다"고 했다. 일본에서 기업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로는 1973년 물리학상 수상자인 에사키 레오나(도쿄통신공업·현 소니), 2002년 화학상 다나카 고이치(시마즈제작소), 2014년 물리학상 나카무라 슈지(니치아화학공업)에 이어 네 번째다.

요시노 연구원은 2005년 오사카대에서 뒤늦게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15년 고문으로 연구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7년부터 나고야시에 있는 메이조대(大)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사히카세이는 요시노 연구원 덕분에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분리막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작년 2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연구 조직도 그의 이름을 딴 '요시노연구실'이다.

노벨위원회는 "세 과학자가 개발한 가볍고 강력한 리튬 이온 배터리는 풍력과 태양광발전을 도와 화석연료가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식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어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25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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