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우울한가요?"… 우울증 경험자가 건네는 위로

곽아람 기자
입력 2019.10.10 03:00

정신과 문턱을 넘기까지의 과정, 항우울제 부작용 등의 투병기
일반인의 우울증 고백서 쏟아져

"내가 잘못해서 병에 걸린 것 같아 미안했고, 언제 나을지 몰라서 또 미안했다. 치료 초기, 두 달 정도 집에서 쉬고 있을 때는 돈벌이를 못 하는 가장이라는 자책감으로 또 괴로웠다."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시공사)는 회사원 김정원(45)씨의 우울증 치료기다. 딸 하나를 둔 중년 남성이 갑작스레 우울증 진단을 받고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지난 2월 나와 3000부 팔렸는데, 구매자의 43%가 남성이다. 송정하 시공사 본부장은 "여성 독자 비율이 월등히 높은 에세이 분야에서 드물게 남성이 많이 읽은 책"이라고 했다.

서귤의 우울증 투병기 '판타스틱 우울백서' 중 한 장면. /이후진프레스
지난해 출간돼 40만부 팔린 백세희(29)씨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 이후 평범한 사람들의 우울증 고백서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월 나온 '판타스틱 우울백서'(이후진프레스)는 기분장애를 앓고 있는 서귤(32)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만화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정신과에 용기 내어 찾아가기까지의 과정, 항우울제가 잘 맞지 않아 수면장애를 겪은 부작용 등을 솔직하게 그렸다. '내 이야기 같다'는 호응 속에 2쇄를 찍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위즈덤하우스)은 우울증을 겪은 26명의 수기다. 편집자 정지은씨는 "독립출판물로 나와 동네 서점에서만 팔리던 책인데, 입소문이 나길래 재출간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30대 정은이씨가 육아우울증 경험을 쓴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밤'(봄름), 무기력증을 앓는 해다홍씨의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놀) 등이 나왔다. 지난해 말 조현병 환자에게 피습당해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의 우울증 투병기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알키)도 1만7000부를 기록했고, '우울증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앤드류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민음사)은 개정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왜 우울증 고백서가 인기일까?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정신과 문턱은 높다"면서 "병원을 찾기에 앞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받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교수는 "사회가 수평화되면서 사람들이 전문가보다는 비슷한 증상을 앓는 사람들의 해법을 더 신뢰한다"면서 "전문가 조언서보다 일반인 투병기가 더 인기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23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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