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없는 대통령...불통에 화 났다" "더 불의한 정권"...'광화문 집회' 시민 목소리 들어보니

박소정 기자 김우영 기자
입력 2019.10.09 20:35 수정 2019.10.09 23:34
‘9일 한글날 광화문 집회’ 시민 목소리 들어보니
"文 대통령 불통에 화나…독재 같다"
아이와 함께한 부모 "민주주의가 뭔지 보여주고 싶었다"
2030세대 "정권이 바뀌면 정의 세상이 될 줄 알았는데…실망"
집회 참가자들 "동원이 아닌, 내 의지로 집회 참여…폄훼 마라"

3일 개천절에 이어 9일 한글날에도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청와대 방향으로 진출해 "조국 사퇴" "문(文) 정권 심판"을 외쳤다. 집회 참석자 상당수는 기존 보수 정당이나 보수단체가 ‘동원’한 것이 아니라 ‘조국 사태’에 분노해 스스로 집회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2030세대도 거리로 나와 문재인 정부의 불통과 위선을 지적했다. 부산·강원·충남 등 전국 곳곳에서 새벽에 출발해 상경한 참석자도 많았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9일 서울 광화문 태평로에 조국 장관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가족 단위의 시민들도 참여했다. /남강호 기자
◇ 2030 "정권 바뀌면 정의로운 세상 될 줄 알았는데 지금이 더 부정의"
이날 집회에선 20~30대 젊은 층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수원에서 왔다는 직장인 임모(39)씨는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데 지난 개천절 집회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한마디도 하지 않는 모습을 봤다"며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대통령의 불통에 화가 나서 오늘 난생 처음 집회라는 것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동네 선배 김모(38)씨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박모(37)씨는 "나는 진보, 보수 어느쪽도 아니다. 이번 사태는 가족과 후세에 심각한 고민을 던져준 사건이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집회에 나오게 됐다"며 "청와대가 우리 같은 30대가 집회에 나오게 된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했다. 김씨도 "이런 나라를 아이에게 물려줄 수 없어서 시민의 양심에 따라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9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한 학생이 조 장관 자녀를 풍자하는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들고 있다. /오종찬 기자
대학생 김모(27)씨는 "학교에 가면 대부분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성향이 좌경화돼 있어서 내 소신을 이야기하면 반따돌림 당하는 분위기"라며 "광장에 나와서 그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이날 청계광장에서 열린 서울대생 집회에 참석한 서울대 출신 직장인 박모(33)씨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때도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정권이 바뀌면 더 정의롭고 좋은 세상이 될 줄 알았다"면서 "정권만 바뀌었지 지금은 오히려 더 부정의해진 것 같다. 약속과는 다른 모습만 보여줘서 실망스럽다"고 했다.

서울대 동문 권모(여·32)씨도 "젊은 후배들이 나서 주는 게 기특해서 나도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해 휴일을 반납하고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조 장관이) 트위터에 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나쁘다고 말한 것을 본인은 해왔다.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광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회원은 "조국과 임종석, 문재인 덕분에 온 국민은 주사파 정권의 실체를 알게 됐다"며 "국민들이 하나가 됐고, 이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만들자"고 했다.

9일 서울 광화문 태평로에 조국 장관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오종찬 기자
◇ "아이에게 민주주의가 뭔지 교육하겠다"…자녀 손 잡고 나온 부모들

자녀와 함께 가족 단위로 집회에 참석한 부모들도 있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태극기를 든 젊은 부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노년층 부모가 장년층 자녀와 함께 팔짱을 끼고 집회에 참석한 광경도 보였다.

8세 딸과 함께 온 이종빈(45)씨는 "여야 정치를 떠나서 서민 입장에서 보면 분노가 치미는 일들이 많다"며 "의혹이 이렇게 많으면 내려오는 게 맞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슈를 떠나서 거짓말, 위선적인 모습이 가장 화가 났다"고 했다.

9일 서울 광화문 태평로에 조국 장관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오종찬 기자
성기혁(44)씨는 이날 오전 8시 30분 세종시에서 부인·아이와 함께 기차를 타고 상경했다. 성씨는 "문 대통령의 오만과 거짓이 극에 달한 것 같다"며 "우리는 큰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작은 목소리라도 더하려고 왔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하는 걸 막는 게 제일 화가 나고, 오히려 법무부나 청와대가 개혁의 대상"이라며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민주주의가 뭔지 아이에게도 교육이 될 거 같아서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아내·두 자녀와 함께 거리로 나온 한신(49)씨는 "정부가 하는 짓이 답답해서 나왔다"며 "아이들에게 ‘앞으로 너희가 살아갈 나라’라고 하면서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서, 같이 나오게 됐다"고 했다.

◇ "누가 동원한 게 아니라 내 의지"…전국서 모여든 5060
‘조국 사퇴’ 집회를 ‘동원된 집회’라고 보는 일부 여권에 대한 강한 반발도 나왔다. 또한 지방에서 새벽에 버스와 기차를 타고 온 5060세대도 많았다.

9일 서울 광화문 태평로에 조국 장관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오종찬 기자
유장강(69)씨는 "최근 조국 게이트 뉴스를 보며 화를 참을 수가 없어서 나왔다. 자발적으로 매주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누가 동원한 게 아니라 내 의지다. 집회를 폄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특히 오늘은 서울대생 젊은이들이 함께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특해서 응원차 나온 것도 있다"고 했다.

박봉옥(64)씨는 부산에서 새벽 6시에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박씨는 "조 장관을 구속하고 문 대통령을 퇴진시키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집회에 참석했다"며 "나 말고도 ‘부산여성100인행동’에서도 버스를 대절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이귀영(62)씨는 "문 대통령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어준다고 했지만, 안보를 해체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범법자를 장관으로 만들고 수호하고 있다"며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어줬다. 국민이 명령한다. 조국을 구속하라"고 했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경신 기자
충남 서산에서 올라온 장성훈(58)씨는 "나라를 이렇게 극명하게 분열시켜 놓은 이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 아침 8시에 고속버스를 타고 여기에 왔다"며 "잘못된 사람을 법무부 장관 자리에 임명하고, 잘못이 계속 드러나는데도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에 화가난다"고 했다.

강원도 화천에 사는 조모(여·47)씨는 전날 대학생 딸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하룻밤을 묵었다고 했다. 조씨는 "문 대통령이 하는 일이 독재 같아 보여 화가 난다. 조 장관은 철면피 같은 모습으로 위선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집회 참석은 처음"이라고 했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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