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연휴 ‘소비 폭발’ 부각하는 中…무역협상 앞둔 美에 “양보 없다” 메시지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입력 2019.10.09 17:15 수정 2019.10.09 18:18
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1~7일) 기간 중국이 폭발적 소비력을 과시했다. 중국인 8억 명이 대이동에 나서 먹고 놀고 물건을 사는 데 아낌없이 돈을 썼다.

중국 언론은 오는 10~11일 미국에서 재개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을 앞두고 국경절 연휴 동안 중국인이 보인 높은 소비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중국 경제는 끄떡없다고 호언하며 미국을 향해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 기간인 5일 베이징 쇼핑몰의 훠궈 식당에서 중국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중국 문화여유부와 상무부 등 발표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7일간 중국 국내 여행자 수는 7억8200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늘었다. 이 기간 중국 국내 관광 수입은 8.5% 증가한 6497억1000만 위안(약 108조 원)으로 집계됐다.

국경절 연휴 7일간 중국 전역에서 소매·음식 업종 매출 합계는 지난해 국경절 연휴 대비 8.5% 늘어난 1조5200억 위안(약 254조 원)으로 집계됐다. 쇼핑을 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은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여행, 문화, 스포츠 부문에서도 소비가 활발했고 스마트 전자제품 등 구매가 두드러졌다. 지출 범위가 다양해진 것이다.

중국 국경절인 1일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건국 70주년 기념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모여 있다. /김남희 특파원
국경절 연휴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한자릿수(9.5%)로 떨어진 후 올해 더 낮아졌다. 그러나 중국 언론에선 경기 둔화 중에도 소비 규모 자체가 커진 것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중국 교통부에 따르면, 1~6일 기차, 비행기 등 모든 교통수단을 통한 이동 횟수는 5억2000만 건이었다. 중국 곳곳을 누비는 고속철이 늘면서 철도 여행객도 늘었다. 중국국가철로집단유한공사(CRC)는 9월 28일~10월 6일 동안 1억 명 이상이 열차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연휴 마지막 날인 7일에도 약 1679만 명이 기차를 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携程) 발표에 따르면, 여행지에서 소비력이 가장 큰 도시는 선전·베이징·선양·지난·톈진·상하이 순이었다. 여행지에서 광둥성 선전 시민의 평균 소비 금액이 가장 높았다. 선전 시민은 국내 여행을 가서 1인당 평균 3324위안을 썼다.

중국 국경절 연휴가 끝나는 7일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의 버스 터미널. /신화사
올해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으면서 이번 국경절 연휴에는 중국 국내에서도 공산당 혁명 유적지를 방문하는 ‘홍색 관광’이 인기를 끌었다. 톈안먼과 고궁박물원(자금성), 만리장성 등이 있는 수도 베이징이 대표적이다. 베이징시 문화여유국은 국경절 연휴 기간 920만 명이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기간 관광 수입은 111억70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국경절 전날인 지난달 30일 애국주의 영화 세 편이 동시에 개봉하면서 극장가도 특수를 누렸다. 국경절 연휴 기간 영화표와 수수료 매출 총수입은 42억 위안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액수다. 영화 흥행 통계를 제공하는 중국 박스오피스 마오옌(猫眼) 집계에 따르면, 영화 ‘나와 나의 조국(我和我的祖國·My People, My Country)’은 9일 오후 3시 기준 누적 수입이 23억6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기장(中国机长·The Captain)’은 같은 시각 20억8500만 위안, ‘등반가(攀登者·The Climbers)’는 8억5200만 위안 수입을 기록했다.

중국 국경절인 1일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건국 70주년 기념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모여 있다. /김남희 특파원
연휴 동안 해외 여행을 떠난 중국인은 7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가 이번 황금연휴에 중국인이 가장 선호한 해외 여행지였다. 씨트립이 7일 낸 ‘2019 국경절 여행 명세서’ 보고서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단체 여행 기준)는 태국·일본·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순이었다.

특히 중국인이 일본에서 쓴 1인당 평균 소비액은 7005위안(약 117만 원)으로, 태국에서 쓴 비용(4620위안)을 훨씬 웃돌았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의 일본 여행 거부 움직임 이후 7월 말 중국인의 온라인 여행 비자 신청을 허용했다. 일본 여행 비자 신청 절차를 더 간단히 바꿔 중국 여행객을 끌어들이려는 조치다.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 기간인 2일 베이징의 한 쇼핑몰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중국 모바일 결제 회사 알리페이는 중국인이 이번 국경절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 알리페이로 결제한 일인당 평균 금액이 2500위안으로, 지난해 대비 14% 늘었다고 밝혔다. 상하이와 베이징 시민은 해외 여행에서 일인당 평균 7000위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황금연휴 소비 호황’을 주제로 한 기사들을 잇따라 내며 중국의 소비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화사는 "중국인은 국경절 연휴 기간 국내외에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썼으며, 이는 중국의 강력한 내수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평했다.

중국 국경절 연휴(1~7일) 기간인 2일 중국 베이징 CGV싱싱 영화관이 있는 한 쇼핑몰에서 영화 ‘중국기장’ 광고가 나오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환구시보는 "중국은 수출·투자 중심 경제에서 소비 주도 경제로 전환 중에 있으며, 국경절 황금연휴 동안 소비 호황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 중에도 중국이 경제적으로 버틸 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겨냥해 "중국 경제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견고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고 협상 범위를 넓힌다면 협상 타결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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