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들 "조국·정경심은 동문 수치" …'曺 풍자' 가짜 인턴 증명서 1000장, 1시간 반 만에 동나

박소정 기자
입력 2019.10.09 15:06 수정 2019.10.09 16:09
"진영의 선 아닌 양심의 선 긋겠다" 서울대생들, 또 광화문 집회
조국 풍자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 받으려 60m 넘는 긴 줄
"조국과 정경심은 서울대 동문의 수치" "우리도 국민이다"
‘조로남불’ 비판하는 설문조사도…고대 깃발도 등장

한글날인 9일 낮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는 서울대학교 깃발 20여 개가 휘날렸다. 서울대 광화문집회 추진위는 이날 낮 12시부터 ‘조국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서울대생과 시민들은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 "누굴 위한 정부인가. 우리도 국민이다" "이것이 정의인가. 대답하라 문재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추진위원장인 김근태(재료공학부 박사과정)씨는 "지난 3일 개천절 집회에서 엿본 희망도 잠시, 민주당의 개천절 집회 폄하에 이은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답은 전혀 없었다"며 "여전히 조국을 끌어안고 그에 반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글날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9일 서울 청계광장 앞에서는 서울대 광화문집회 추진위가 주도하는 집회가 열렸다. 추진위는 이날 조국 장관의 자녀의 인턴예정증명서 논란과 관련해, 풍자하는 증명서를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박소정 기자
이어 "우리는 내 편과 적으로 나누는 진영에 선을 긋는 게 아닌, 양심에 선을 그을 것"이라며 "그 선을 기준으로 공정한 사회라는 약속이 일관성 있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도 양심의 선을 넘으면 부끄러움을 느끼는 그런 상식이 공유되는 사회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맞춰 "조국, 정경심은 서울대 동문의 수치다" "국민 혈세로 월급이 웬말이냐, 조국 해임하라" "문재인의 국민은 조‘국’ 조‘민’이었나"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흔들었다.
이날 집회는 서울대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배부하는 퍼포먼스로 시작했다. 조 장관 아들 조모(23)씨가 한영외고 3학년 때인 2013년 7~8월 한 달간 인권법센터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받았다는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의 조작 의혹을 풍자한 것이다.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인권법 센터장’ 명의의 이 증명서에는 ‘부정입시용’ ‘본 문서는 전공자가 품질을 보장하는 위조품입니다. 그러나 아무나 발급받을 수는 없습니다’ ‘개천의 가재, 개구리, 붕어들은 이 문서를 감히 교육기관 입학용으로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9일 서울대 광화문집회 추진위가 배부한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의 주요 문구. /박소정 기자
서울대 추진위는 선착순 지급을 위해 증명서 1000장을 미리 준비했다. 대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이 ‘가짜 증명서’를 받기 위해서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60m가 넘는 긴 줄을 섰다. 한장 한장 나눠주느라 시간이 지체됐는데도, 증명서는 1시간 30분 만에 모두 동이 났다. 증명서를 받은 이들 사이에선 "나도 이제 인턴했으니 대학 갈 수 있다"고 외치는 말도 들렸다.

서울대 추진위는 ‘가짜 증명서’ 배부와 함께 ‘스티커 붙이기’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2017년 1월 조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도대체 OO는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 우병우도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와 수사를 받았다"란 내용의 글을 캡처해, 빈 부분에 들어갈 말로 ‘나는’ 또는 ‘조윤선은’ 둘 중 무엇이 맞는 말인지를 투표하는 것이었다. 조 장관이 당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판하기 위해 올린 글이었지만, 되레 본인의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돼버린 점을 비꼰 것이다. 시민들은 조 장관을 가리키는 ‘나는’ 칸에 스티커를 빼곡히 채웠다.

9일 서울대 광화문집회 추진위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에서 ‘조국 반대’ 집회를 열고, 조 장관의 자녀를 풍자하는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나눠주고 있다. /박소정 기자
서울대가 주축이 된 집회인 만큼 이곳에는 서울대 동문들의 참가가 눈에 띄었다. 서울대 동문 권모(여·32)씨는 "(조 장관이) 트위터에 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나쁘다고 말한 것을 본인이 해왔다. 위선적이라고 생각해 화가 났다"며 "후배들이 나서주는 게 고맙고 기특해 휴일을 반납하고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대 이과 출신 동문이라고 밝힌 직장인 박모(33)씨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때도 나갔던 사람으로서, 더 정의롭고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정권만 바뀌었지 오히려 더 부정의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동문이 아니더라도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도 모였다. 경기 광주시에서 온 한신(49)씨는 딸과 아들, 부인과 함께 손을 잡고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조 장관의 거짓말과 위선이 가장 화가 났다"면서 "앞으로 이 나라에 살아갈 아이들에게도 ‘부당한 일이 생기면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일러주기 위해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유장강(69)씨는 "오늘 서울대생 젊은이들이 함께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특해서 응원차 나왔다"고 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에서 서울대의 ‘조국 반대’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한 참가자가 ‘조국, 정경심은 서울대 동문의 수치다’ ‘국민 혈세로 월급이 웬말이냐. 조국을 해임하라’란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박소정 기자
이날 서울대 집회장소에는 고려대 깃발을 든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고려대 동문이라고 밝힌 직장인 송모(30)씨는 "서울대생이건 고려대생이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불공정을 규탄하는 데 뜻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며 "고파스(고려대 동문 커뮤니티)로 동문 여럿이 자발적으로 모여 동참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대 광화문집회 추진위는 집회를 마친 뒤 오후 4시부터 청와대로 행진할 예정이다.

9일 서울대 광화문집회 추진위는 조국 장관의 트위터 글을 활용해, 조 장관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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