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조국 딸 인턴 의혹' 직접 검증 나섰다… 학회 동영상 등 하나씩 반박

김우영 기자 최효정 기자
입력 2019.10.09 09:35 수정 2019.10.09 11:14
조민 서울대 인턴 의혹에 ‘팩트체크' 직접 나선 서울대생들
과거 지원서 공유 "교내 행사 재학생만 지원, 학과·학년·학번 없이 심사 불가"
‘전화’ 지원 없고 이메일 모집...서울대 측 "인턴증명서 발급한 적 없다"

정겸심 해명 동영상 내놓자 "단순 청강인지, 인턴인지 알수 없어"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는 게, 자격을 갖추었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조국 법무장관 딸 조민(28)씨의 서울대 인턴 근무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서울대 학생들이 각종 증명서를 올리며, 직접 팩트체크(사실관계 확인)를 하겠다고 나섰다.

9일 서울대 온라인 동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따르면 지난 7일 ‘조민 학회 참가 영상 관련 한마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본인이 소장한 2007년 당시 학교 활동 관련 지원서를 첨부한 뒤 "조씨가 법대 인턴을 할 무렵에 학교에서 재학생으로 있었던 사람으로서 파일 하나 꺼내본다"며 "정겸심씨가 활동 영상과 사진 하나로 딸의 활동을 소명하려고 하지만, 자료는 많으니 하나씩 올려보겠다"고 했다.

조국 법무장관의 딸이 2009년 5월 15일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가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사진. /조국 법무장관 아내 정경심씨 변호인단 제공
그동안 조국 장관의 딸 조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9년 5월 1~15일 보름 동안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가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와 관련된 인턴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어머니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도 딸이 당시 촬영된 학회 영상 속에 등장한다는 점을 증거 중 하나로 제시하며 "인턴을 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대 측은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 서울대생 "교내 행사 재학생만 지원, 학과·학년·학번 없이 심사 불가"

A씨는 2007년 서울대 SAM(Snu Active Mentoring) 프로그램을 할 때 받았던 지원서 파일 양식을 첨부했다. SAM은 서울대 학생들이 지역 학생을 상대로 멘토링을 해주는 봉사 프로그램이다. 이 서류에는 이름, 생년월일, 현주소, 연락처, 학과, 학년, 학번 등 개인 신상정보를 모두 적도록 돼 있다.

A씨는 "인턴을 비롯한 각종 교내 활동에서 지원서를 받을 때, 지원서를 별도의 파일(한글, 오피스 등 문서편집기)로 작성해, 이메일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재학생 및 졸업생, 졸업예정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체의 프로그램은 거의 99% 수준으로 저것(학과, 학번, 학년)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교내 행사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는 하는 프로그램이 사실상 없고, 지원서 접수는 이메일을 통해서 받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조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고등학생을 정식 인턴으로 뽑아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서울대 인턴은 당시 인터넷에서 공고를 보고, 내가 직접 전화를 걸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A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당시 서울대는 해당 콘퍼런스에 관한 인턴 모집 공고를 내지 않았다. 또 공익인권법센터가 홈페이지에 올린 다른 인턴 모집 공고는 6건 모두 지원 서류를 이메일로만 받았고, 센터 전화번호는 아예 적혀 있지 않았다. 인턴 지원 자격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예정생과 서울 법대 대학원생 또는 학부생으로 제한했다. 고등학생은 ‘자격미달’인 것이다.

실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센터 인턴 현황에 따르면, 단순 자료 조사자를 포함해 2006년 이후 채용 기록이 확인된 전체 인턴 49명 가운데 고교생은 한 명도 없었다.

A씨는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 심사 절차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제기했다. A씨는 "조씨와 (엄마인) 정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2009년에 전화로 인턴 참여 문의와 지원을 했다는 것이고, 그걸 학과 사무실 측에서 받아줬다는 것"이라며 "그걸 받은 사람이 조교든 교직원이든, (서류를 받았을 때) 학과와 학년, 학번 공란이 발생하는데, 그걸 대체 어떻게 처리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여러 지원서류 및 민원서류를 취합, 정리를 해 본 사람으로서 이 부분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동문이 7일 스누라이프에 올린 학교 활동 관련 지원서 파일. 이 지원서에는 학과와 학년, 학번을 기재하게 돼 있다. /스누라이프
이에 대해 학생들은 "법대, 일반대학원, 로스쿨 출신 중에 공익인권법 센터 인턴했던 사람들은 인턴 관련 해명들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거 알고 있다" "고등학생이 정식 인턴을 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영상 속 조민 맞다? "청강생인지 인턴인지 몰라"…"우리가 가진 자료 풀자"

조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지난 6일 정 교수 측은 당시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동영상에 조씨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의혹 보도를 전면 반박한 것이다.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씨는 학술대회에 참석했다"며 "학술대회 동영상은 공개돼 있으므로 수사기관뿐 아니라 언론도 동영상 속 조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누라이프에서는 정 교수 측이 공개한 학회 영상만으로는 조씨의 인턴 신분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조씨라고 해도, 신분이 단순 참관자나 청강생인지, 인턴·수강생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원서를 제시한 A씨는 "통상 학회나 행사나 서울대에서 하는 행사는 청강이나 견학 왔다고 하면 착석해서 보는 정도는 어렵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참관자’가 ‘수강생’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인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서울대 도서관이 보관 중이던 200여분 분량의 해당 콘퍼런스 영상에서 조씨로 지목된 인물은 주제 발표에도, 질의응답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방청석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스누라이프 회원은 "학술대회 참석=인턴활동이 성립하긴 하냐"고 되물었다. 또다른 회원은 "정말 인턴이라면 저렇게 앉아서 들을 시간이 있나? 명찰 나눠주고 등록하고 일이 많았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아크로계단에서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 참가한 서울대 학생 및 졸업생 등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남강호 기자
A씨는 스누라이프 회원들에게 조국 자녀 인턴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에 동참하자는 취지의 글도 올렸다. 작성자는 "자료 보관이나 백업 잘 해둔, 당시 활동했던 학우분들 많을 텐데, 이번 기회에 본인들 보물창고 한 번 열어보길 바란다"며 "저도 가진 게 많은데, 한 번에 꺼내는 것보다는 조씨와 정 교수의 답하는 모습을 보고, 서서히 공개할 생각"이라고 했다.

해당 글을 읽은 서울대생들은 "역시 거짓을 말하는 건 쉽지만 진실로 반박하는 것은 이렇게나 번거롭고 힘들다. 수고해 주셔서 감사하다" "연구소에서 학회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인턴을 뽑는 건 이상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3일의 약속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