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노조 "민노총 집회 불참자, 벌금 10만원 내라"

허상우 기자
입력 2019.10.09 03:00

일부 젊은 조합원들 중심으로 "부당한 참석 강요" 불만 커져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이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조합원들에게 '집회 불참비'를 걷어 노조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건보노조는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다. 민노총 산하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에게 불참비를 걷은 사례가 처음은 아니지만, 건보노조의 경우엔 젊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부당한 참석 강요"란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일종의 '세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8일 건보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토요일인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대정부 교섭 승리 총력 투쟁 선포대회'에 참가한 건보노조 일부 지부가 이날 집회에 불참한 노조원들에게 벌금 명목으로 돈을 걷었다. 지부별로 걷은 불참비는 1인당 2만원에서 10만원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노조는 1만5330명의 건보공단 정규 직원 중 1만3004명이 가입해 있으며, 전국에 267개 지부를 두고 있다.

건보공단 직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를 두고 "명백한 불법 동원 아니냐" "당당히 말하고 불참할 것"이라는 강경한 목소리부터 "불참비 내고 사정 있다고 하고 불참하자"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한 건보공단 관계자는 "젊은 조합원들 위주로 불만을 표시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했다.

건보공단 내부에선 "노조가 임금 협상 등 노조원의 관심사는 등한시하면서 집회 참석만 강요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건보공단 등 공공기관 노조원 1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던 지난달 28일 민노총 집회에선 공공 부문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가 주로 나왔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의 한 30대 직원은 "노조가 직원들의 월급 인상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주장하면서 내부 갈등이 심하다"고 말했다.

건보노조 측은 "(집회 불참비는) 노조 설립 후 수십년간 이어진 오랜 전통"이라며 "일괄적인 기준을 가지고 걷은 것도 아니고, 몇몇 지부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전체 조합원의 의견을 물어서 일관된 기준을 정한 뒤 '불참비' 등을 받는 게 아니라면 노동조합의 횡포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2면
말모이100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