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비이성적 '조국 팬덤' 오래 못 간다

모기룡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전문연구원
입력 2019.10.09 03:09
모기룡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전문연구원
최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벌어진 '조국 수호' 집회는 일종의 '컬트 현상'으로 보인다. '컬트(cult)'는 감정·쾌락·신비주의·종교 등 비(非)이성적 이유로 특정 인물이나 경향을 열광적으로 숭배하는 것을 말한다. 각종 비리 의혹이나 도덕적 흠이 많으면 장관이 될 수 없는데도 조국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었고, 그를 지지하는 집회가 벌어진 것은 기존 상식과 이성의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진보 진영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권은 '조국·문재인 팬덤(fandom·열성 팬)'의 힘을 믿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팬덤은 노무현·문재인·유시민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팬덤에게 숭배 대상 '인물'은 대체될 수 없다. 조국만이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팬덤만으로는 명분이 약하다. 여기에 여권은 '검찰 개혁'이란 혁명적 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적 규범·절차 등은 무시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최종 목표인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면 장관이 누가 되든, 그가 어떤 흠이 있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 비이성적 팬덤 정치와 사회규범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좌파 내부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의·공정·평등 등 좌파가 주창하는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또 팬덤에 기대 장외 정치를 부추기는 것은 자율적·상향식으로 형성되는 일반적인 팬덤 문화에 배치된다. '나만 믿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조국·문재인식(式)의 하향식 팬덤 정치는 지지자들의 신뢰를 떨어트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이 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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