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 칼럼] 文 정권의 '검찰 개혁'은 가짜다

선우정 부국장 겸 사회부장
입력 2019.10.09 03:17

조국은 수단일 뿐 '검찰 개혁'의 본질은 좌파의 검찰권 사유화다
이로써 그가 주장해온 주류 교체가 완결된다
이런 치밀한 대통령에게 누가 치매라고 하나

선우정 부국장 겸 사회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대규모 집회에 대해 "하나로 모인 국민의 뜻은 검찰 개혁"이라고 했다. 조국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반발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광화문에 모여 '문재인 탄핵' "조국 퇴진"을 외친 국민은 구정물을 뒤집어쓴 기분이다. 도매금으로 농락당했다. 정말 황당할 것이다. 대통령 정신이 이상하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 서초동 집회도 청와대만큼 괴상하다. 20~30대가 열성적으로 '조국 수호'를 외친다. "정경심 사랑합니다" "조○은 모범생"처럼 청년의 가슴을 후벼 파는 구호에 박수를 보낸다. 그들 중 조국 장관 자녀만큼 혜택을 누리며 살아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 1%도 안 될 것이다. 그들이 시위할 때 조○ 같은 강남의 청춘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대체 누가 누굴 위해 절규하나.

하지만 이 괴기적인 두 현장은 하나의 강력한 '담론(談論)'으로 연결돼 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 시점부터 한결같이 전파하는 '검찰 개혁'이다. '문재인 퇴진'을 외친 광화문 집회까지 자신의 담론 공간에 쑤셔 넣었다. 서초동 집회 이름도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로 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담론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적 도발이다.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한국의 보수는 담론의 파괴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PC(정치적 올바름)' 담론이 흑인 대통령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담론이 트럼프 정권을 만들었고 'LGBT' 담론이 성소수자를 해방했다. 담론 경쟁은 헤게모니 투쟁이고, 그것이 현대의 정치라고 한다. 한국의 좌파는 담론의 위력을 안다. 그래서 집착한다. 한국의 보수는 현대사의 지배 담론인 '잘 살아보세'에 안주해 그 후 현실을 이끄는 담론을 생산하지 못했다. 한국 자본주의가 성공하고 북한 공산주의가 악마화하는 참패에도 한국 좌파가 세력을 유지하는 것은 담론 경쟁에서 보여준 한국 보수의 특별한 무능력 탓이다.

한국 좌파 매체의 담론 집착은 대단하다. 매일 조선일보 사설과 기사를 보도한다. 송구스러울 정도다. 조선일보 담론을 비판하는 것이 그들의 담론이란 얘기까지 있다. 조선일보 담론을 분석한 학술 논문도 자주 생산한다. 정치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비롯해 소비자학, 여성학까지 범위가 넓다. 조선일보가 좋아서가 아니다. 본지를 상징적 표적으로 삼아 보수의 담론을 분석하고 그것을 '지배 이데올로기' 담론으로 포장해 공격한다. '윤석열 총장이 조선일보 세력이고 조선일보에 대항하는 조국의 적(敵)임이 명백해졌다'는 소셜미디어 글에 청와대 정무수석이 '좋아요'를 누를 정도로 그들은 병적으로 집착한다. 담당 부장으로서 답하면 지금까지 윤석열 총장이 조선일보에 흘려준 정보는 없다.

물론 지금 한국 지배 이데올로기 담론은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좌파 카르텔이 대량생산하고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담론을 보수 지배자에 대한 '대항 담론'으로 위장한다. 권력을 잡고 휘둘러 마음껏 정적을 제거해도 그들은 기득권 강자에 대항하는 약자, 그들의 주장은 언제나 불의에 대항하는 정의의 담론이다. 한국 좌파는 그렇게 '국정 농단' 담론을 만들어 정권을 탈취했고, '사법 농단' 담론으로 사법부를 장악했으며, 이제 '검찰 개혁' 담론으로 검찰 권력까지 사유화하려 한다.

서초동 현장에 가보면 문 대통령의 담론이 어떻게 젊은 시위대에 스며들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은 조국 일가를 지배 세력에 핍박당하는 약자로 여긴다. 지금도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보수 기득권 적폐들이다. 그들이 검찰과 손잡고 개혁에 맹반발한다고 착각한다. 사람들은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이 조국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조국 사태는 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소동이다. 이 소동을 이용해 '검찰 개혁'의 본질을 감추고 있다. 조국을 공격할 때마다 개혁으로 포장한 검찰권 사유화를 한발 한발 실현하고 있다. '조국 퇴진' 담론을 엉뚱한 딴소리로 깔아뭉개고 주류 담론을 '검찰 개혁'으로 뒤바꾸는 귀신 같은 수완을 발휘한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은 가짜다. 민변(民辯)을 비롯한 좌파 세력의 검찰권 장악이 본질이다. 이로써 문 대통령이 주장해온 대한민국 주류 교체는 완결된다. 이런 추세라면 조국 일가를 둘러싼 소란이 잠잠해졌을 때 국민은 괴물로 변한 초거대 권력을 마주할 것이다. 그때 이 나라는 어디로 흘러갈까. 문 대통령은 치매가 아니다. 제정신, 그 이상이다. 치밀하고 과감하며 전략적이다. 그래서 더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조선일보 A30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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