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책 시장'에 無知한 서점 대책

오로라 산업2부 기자
입력 2019.10.05 03:14
오로라 산업2부 기자

"인터넷 서점이 책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대형 서점을 규제하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영세 서점 살리려면 차라리 온라인 주문 많이 받을 수 있게 택배 비용이나 지원해 주는 게 맞지요."

4일 오후 수화기 너머에서 한 영세 서점 사장 A씨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33㎡(10평) 규모 서점을 하는 A씨는 전날 중소벤처기업부가 서점업을 1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지 못한 정책"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날 영세 서점 보호 명목으로 앞으로 5년간 교보·영풍문고 등 대형 서점들이 매년 1개까지만 새 매장을 열도록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A씨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중기부 결정에 박수 치며 환영해야 할 것 같은 그는 "아무리 봐도 우리 같은 사람에게 이득 될 게 별로 없다"고 했다. A씨는 지난달 책 100여 권을 팔았다. 그 중 80% 이상이 온라인에서 들어온 주문이었다. 가게는 하루에 5시간씩만 열고 온라인숍은 24시간 운영한다. 온라인 매출이 주(主)수입이란 뜻이다. 그는 "내 생계를 위협하는 건 대형 서점이 아니라 택배 비용"이라며 "오프라인에서 책을 사는 사람이 없는데, 대형 서점 확장 속도를 늦춘다고 없던 고객이 생기진 않는다"고 한탄했다.

우체국과 계약해 온라인 수요를 충당해왔던 A씨는 택배 한 건당 2500~2700원의 비용을 부담한다. 물량이 많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한 건당 1900원 안팎에 계약하는 것에 비해 600원 이상 비싸다. 특히 '배송비 무료' 서비스를 펼치는 온라인 서점과는 경쟁이 안 된다. "영세 서점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온라인 판매 형평성을 보장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중기부는 "온라인 관련 문제가 많은 건 맞는다"면서도 "이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풀 수 없고, 앞으로 다른 정책을 통해 정리할 사안"이라고 선을 긋는다. "당초 서점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서점연합회는 대형 서점의 확장을 아예 막아달라 했는데, 그나마 우리가 매년 1곳은 가능토록 완화해준 것"이라고도 말한다.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시급한 온라인 시장은 '추후'를 기약하고, 정리하기 쉬운 대형 서점만 규제한 게 자랑할 만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이미 대형 서점업계에선 "안 그래도 떨어지는 매출을 신규 출점으로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론 매출이 연간 10%씩 추락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영세 출판사 측에선 "소규모 서점들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입점이 어려운데, 판로를 잃은 영세 출판사들이 먼저 무너질 판"이라는 원성도 나온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과연 이번 규제가 중기부의 의중대로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을 이끌어내고, 영세업자를 살리는 정책이 맞는 것일까.



조선일보 A30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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