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오아시스' 옥상 정원, 관광 명소로 뜬다… 세종청사는 축구장 11개 면적

세종=강정미 기자
입력 2019.10.05 03:00

[아무튼, 주말]
가볼 만한 옥상 정원

가을 하늘을 더 가까이 품고 싶어 전망 좋은 옥상 정원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360도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다시 세운’의 ‘세운옥상’은 가을 하늘과 서울 도심 야경까지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이미지 크게보기
가을 하늘을 더 가까이 품고 싶어 전망 좋은 옥상 정원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360도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다시 세운’의 ‘세운옥상’은 가을 하늘과 서울 도심 야경까지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거북목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가을은 축복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가을 하늘은 유난히 높고 푸르다. 현실에서 시선을 거두어 원경(遠景)을 눈에 담아보자.

가을 하늘을 더 가까이 품고 싶어 전망 좋은 곳을 찾아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옥상 정원'이 대표적이다. 옥상 정원은 멀리 떠나지 않고도 탁 트인 전망과 하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도심 속 오아시스다. 잘 가꾼 정원에서 가을의 서정을 느끼며 재충전한다. 일몰과 야경, 전시와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올가을엔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 정원이라는 '정부세종청사 옥상 정원'이 확대 개방됐다. 새로 문을 연 옥상 정원과 가볼 만한 옥상 정원까지 도심에서 가을을 만났다.

세계 최대 옥상 정원

정부세종청사 옥상 정원은 면적이 7만9194㎡다. 축구장 11개를 합친 크기다. 건물 15동을 연결한 옥상 정원 길이는 3.6㎞. '세계에서 단일 건축물에 조성한 가장 길고 규모가 큰 옥상 정원'으로 2016년 5월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 숫자만으로는 가늠이 되지 않는 거대한 옥상 정원을 지난 1일 직접 걸어보았다.

옥상 정원 관람은 매일 하루 5회(오전 10시·11시, 오후 2시·3시·4시) 회차마다 100명씩 받는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12일부터 옥상 정원 관람 횟수와 인원을 확대한 결과다. 종전에는 하루 2회(오전 10시, 오후 2시) 회차마다 50명으로 한정했다. 관람 신청은 하루 전까지 정부청사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받지만 현장 신청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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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론으로 내려다본 정부세종청사 옥상 정원. 조선시대 성곽을 돌며 성 안팎을 둘러보는 ‘순성(巡城)놀이’처럼 옥상 정원을 둘러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2 정부세종청사 옥상 정원은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 옥상 정원이다. 15개의 건물을 연결한 3.6㎞의 옥상 정원 중 1동에서 6동에 이르는 1.8㎞ 구간은 신청 후 관람이 가능하다. 옥상 정원 관람의 마지막 코스로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이 있는 정부세종청사 1동의 모습. 3 드론으로 촬영한 정부세종청사 5동 일대 옥상 정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옥상 정원 관람은 정부세종청사 종합 안내동 1층에 모인 뒤 환경부·국토교통부 등이 있는 6동에서 시작된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이 있는 1동까지 1.8㎞를 안내원과 함께 돌아본다. 과거에 2동에서 마무리되던 관람 코스도 개편안 시행으로 1동까지 확장됐다.

오후 2시 숲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옥상 정원 투어가 시작됐다. 평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숲 해설사가, 주말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문화 관광 해설사가 동행해 관람을 돕는다. 옥상 정원에는 식물 218종 117만본을 심었고 허브원과 약용원, 유실수베리원, 넝쿨 터널 등 주제별 정원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나무나 꽃도 숲 해설사가 설명해주면 달리 보인다. 들으며 걷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가을 느낌 물씬 나는 수크령(볏과 여러해살이풀로 강아지풀과 유사함)과 억새가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릴 땐 그림이 따로 없었다. 노란 꽃을 피운 국화도 정원에 가득하다. 계절 따라 화초를 심어 사계절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풍경만큼이나 재미있는 건 옥상 정원의 길이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 굽잇길이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출발 전 '순성(巡城) 놀이'를 모티브로 옥상 정원을 만들었다는 설명이 떠올랐다. 조선시대에 성행한 순성 놀이는 성곽을 따라 돌며 성 안팎을 구경하는 나들이였다. 정부세종청사는 건물 15동이 다리로 연결돼 성벽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5~7층 높이 건물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어 옥상 정원에도 자연스레 오르막과 내리막, 굽잇길이 생긴다. 정부청사 관리본부 허승녕 주무관은 "단계별로 시공된 정부세종청사 건물 중 1단계 구간인 1~6동이 순성 놀이를 제대로 구현했다. 성 안팎을 구경하듯 정원을 둘러보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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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울도서관 옥상 정원 ‘하늘뜰’에선 독서와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다. 5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황토마루정원에서 바라본 경복궁. 6 서울 가로수길 ‘가로골목’ 옥상에서 열린 버스킹 공연.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가로골목
옥상 정원에서 탁 트인 전망과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면 기네스 등재 기념비가 나타난다. 옥상 정원에서 기념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곳이다. 기념비가 있는 2동을 지나면 어느새 1동이 코앞이다. 지난달 확대 개방된 1동엔 옥상 정원과 세종시 랜드마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세종호수공원과 대통령기록관, 국립세종도서관, 세종시청도 눈에 담아본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엔 무궁화로 만든 대형 태극기가 설치돼 있는데, 배경 삼아 사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만들어놓았다. 1동 외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옥상 정원 관람이 끝난다. 6동에서 1동까지 1.8㎞를 돌아보는 데 50분이 걸렸다. 출발 지점이 아득하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대전에 사는 김현주(51)씨는 "옥상 정원이라고 편하게만 생각했는데 막상 걸어 보니 제법 길다"며 "정해진 구간을 다 같이 움직이다 보니 중간중간 쉬거나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게 아쉽다"고 했다. 청주에서 온 직장인 박은영(40)씨는 "여기가 옥상이라는 게 놀라울 만큼 정원이 잘 가꿔져 있었다"며 "옥상 정원 덕분에 말로만 듣던 정부청사를 돌아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10월 5~9일 세종시에서는 '세종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인 5일과 6일, 9일은 정부세종청사 옥상 공원을 자유 관람할 기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예약·시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개방 구역도 1~7동까지 확대해 7동 옥상 카페테리아 이용도 가능하다. 세종축제 행사도 함께 즐겨볼 것. 6일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는 1동 옥상 정원에서 '팝 오케스트라 음악회'가 열린다. 9일 오전 11시 세종시 상공에서 펼쳐질 '블랙 이글스 에어쇼'도 볼거리다.

정부세종청사 옥상 정원을 관람하려면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관람 시간 10분 전까지 종합 안내동 1층 접수처로 가면 된다. 무료.

‘세운옥상’에서 일몰을 즐기는 사람들. 종묘와 남산, 종로 일대 풍경도 눈에 담을 수 있다.이미지 크게보기
‘세운옥상’에서 일몰을 즐기는 사람들. 종묘와 남산, 종로 일대 풍경도 눈에 담을 수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도심 속 오아시스, 일몰·야경까지 한 번에

서울에도 가슴 시원하게 해주는 도심 오아시스가 숨어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광화문 앞 옛 문화체육부 건물에 들어선 근현대사 박물관이다. 1층에서 5층까지 전시실을 둘러본 뒤 8층에 오르면 옥상 정원 '황토마루정원'을 만날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자마자 탁 트인 전망과 광화문, 경복궁과 청와대, 북악산이 한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세종대로와 광화문광장도 내려다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풍경 너머 파란 하늘이 더 또렷하다. 코스모스 핀 정원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선선한 바람과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옥상 정원은 야경 명소로도 꼽힌다. 매주 수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옥상 정원을 개방해 일대의 환상적 야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무료.

서울도서관 '하늘뜰'도 이름난 옥상 정원이다. 도서관 5층 옥상 정원에선 세종대로와 광화문, 시청광장, 덕수궁, 남산타워까지 조망할 수 있다. 서울도서관이 된 구청사에서 바라보는 서울시청 신청사도 색다른 풍경이다. 정원 사이로 산책길을 따라 걷거나 벤치에 앉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으며 쉬어 가기 좋다. 3월부터 11월까지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공휴일 휴무.

1967년 국내 최초의 주상 복합 건물로 지어져 전기·전자 산업의 메카였던 세운상가는 2017년 '다시세운프로젝트'로 50년 만에 다시세운으로 거듭났다. 다시세운은 세운상가를 지키고 있던 기술 장인, 제작·수리·제조 업체와 벤처 기업이 모여 새로운 창작 공간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3층 보행데크는 청계천을 지나 청계상가, 대림상가와 연결되는데 상가들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시세운 9층에는 '세운옥상'이라는 옥상 정원이 있다. 전망대에선 종묘와 종로, 남산타워 등 일대 전망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고 쉬어 가기 좋은 벤치와 계단이 곳곳에 있다. 세운옥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돼 일몰과 야경도 눈에 담을 수 있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면 분위기가 낭만적으로 바뀐다. 단, 음식과 주류 반입은 금지돼 있다.

서울 남창동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27일까지 열리는 페터 팝스트의 전시 작품 중 옥상에서 만날 수 있는 ‘Green’과 ‘Laundry’. 옥상에선 파란 하늘과 남산, 회현동 풍경이 보인다. /피크닉
옥상에서 즐기는 전시와 버스킹 공연

서울 남창동 남산 자락엔 도심 속 휴식처가 있다. 1970년대 세워진 제약 회사 건물을 전시장과 카페, 바, 레스토랑으로 채운 복합 문화 공간 피크닉이다. 피크닉에선 오는 27일까지 '페터 팝스트: White Red Pink Green-피나 바우슈 작품을 위한 공간들'이란 전시가 열린다. 현대 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슈와 오랫동안 협업해온 무대 미술가 페터 팝스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네 가지 색을 주제로 한 작품은 모두 관람객이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초록색 잔디가 깔린 옥상에는 흰 캔버스 천 10여 장이 빨랫줄에 널린 채 펄럭인다. 'Green'과 'Laundry'라는 작품으로 흰 캔버스 천엔 페터 팝스트의 아포리즘(aphorism·진리를 간결한 형식으로 담은 짧을 글)이 프린트돼 있다. 옥상은 작품 감상 말고도 파란 하늘과 남산타워, 회현동 일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피크닉의 하이라이트다. 사진 명소로도 꼽힌다. 월요일 휴무,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도 눈길 끄는 색다른 건물이 들어섰다. '스몰 콘텐츠 커뮤니티 플랫폼'이란 이름을 내세운 가로골목이다. 지난 8월 문 열었지만 벌써 명소로 뜬 곳이다. 인사동 '쌈지길'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조와 개성 있는 매장 덕분에 '가로수길 쌈지길'이라고도 한다. 1층부터 6층까지 슬로프 형태의 통로가 매장을 둘러싸고 있어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매장을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옥상에 닿게 된다. 중간중간 테라스에 정원과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 신생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어 개성 넘치고 색다른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옥상에는 작은 정원과 계단식 전망대가 있다. 남산타워와 한남동, 가로수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몰과 야경을 즐기기에도 좋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6·7시에는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조선일보 B6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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