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양대 직원들 "총장님, 쉽게 가시지…"

손호영 사회정책부 기자
입력 2019.10.04 03:01
손호영 사회정책부 기자

2일 오전 찾은 경북 영주 동양대는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전날 교육부 직원들이 최성해 총장의 박사 학위 진위 여부 등을 조사한다며 갑자기 들이닥쳤다는 말을 듣고 사실 확인을 하러 찾아간 터였다.

대학 본부를 돌며 부총장과 각 부 처장들 방문을 여러 번 두드렸다. 모두 "회의 중"이라며 피하거나, "원래 기자는 안 만난다"고 했다. 교정에서 만난 학교 직원들도 빠른 걸음으로 질문을 피했다. 그나마 "지방에 있는 이런 작은 학교를 죽이려는 거냐" "요즘 다른 부서 직원들끼리는 말도 안 한다. 모든 게 극비(極祕)"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한 학교 관계자는 "동양대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면 윗사람들이 그 이야기한 직원들 불러 혼내기 바쁘다"고 했다.

어렵사리 학교 근처 병원에 입원한 최 총장을 만났다. 그에게서 교육부가 전날 학교를 이 잡듯이 뒤져 개교 이래 25년간 이사회 회의록과 총장 관련 자료 등을 모두 가져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최 총장은 직원들에게 "쉽게 가시지, 왜 이렇게 힘들게 하십니까"란 원망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학교가 편하게 가기보다 잘 가기를 바랐던 것뿐"이라고 했다.

최 총장의 학위 논란에는 그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그는 "박사과정 도중 귀국했는데, 학교 직원들이 당연히 학위가 있다고 생각해 프로필에 적은 것이지 위조를 의도하진 않았다. 나중에 책을 내면서 이를 발견해 정정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런 일로 학교를 표적 삼아 쑥대밭으로 만들 일은 아니다.

교육부는 조국 장관 딸의 단국대 의대 논문 제1저자 논란과 부산대 의전원 입시 부정 의혹 등이 불거졌을 땐 '학교 자체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뒷짐 졌다. 그런데 유독 조국 딸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제기한 최 총장의 동양대만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런 일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조선일보 A14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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