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조국式 검찰개혁, 1호 수혜자는 조국 아내 정경심

윤주헌 기자 김정환 기자
입력 2019.10.02 01:30

[조국 게이트]

검찰, 정경심 공개소환한다더니 "비공개 검토"… 6일만에 바꿔
文대통령이 '인권' 강조하며 압박하자 곧바로 몸 낮추는 모양새
법조계 "포토라인은 없애야 하지만 왜 지금… 형평성·기준 논란"

검찰이 사실상 공개 소환 방침을 밝혔던 조국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를 비공개 소환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1일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인권(人權)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말하고, 30일엔 '검찰 개혁안 마련'을 지시하자 소환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법조계에선 "정권 차원의 압박에 검찰이 눈치를 본 것"이란 해석과 "여권의 검찰 공격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검찰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란 관측이 동시에 나왔다.

검찰은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정씨는 청사 1층 출입문을 통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공개 소환이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뚜렷한 이유 없이 불과 6일 만에 방침을 바꿨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정씨 소환을 두고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정씨의 건강도 좋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소환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선 최근 검찰을 향해 '인권'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언급이 이런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심을 위한 포토라인 -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1층 출입문 앞에 취재진이 조국 법무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의 공개 소환을 대비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대기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정씨를 공개 소환한다는 기존 방침을 비공개 소환 조사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장련성 기자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는 것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측면이 있다. 피의자를 공개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은 인권 침해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을 거스른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조 장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장관이 나서 사실상 검찰을 압박했고, 그 결과 조 장관 아내가 그 개혁 조치의 첫 수혜자가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은 이른바 '적폐 수사'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서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을 사실상 '무기'로 활용했다. 포토라인에 세워 일단 망신을 준 뒤 조사했다.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포승에 묶인 장면이 그대로 노출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 조 장관 가족이 수사받는다고 공개 소환하지 않는다면 형평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상황을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2017년 국정 농단 사건 때 검찰은 입시 비리와 관련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공개 소환했다. 그런데 이번에 검찰은 같은 입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 장관 자녀를 모두 비공개로 조사했다. 여기에 더해 사건 핵심 인물인 정씨까지 비공개로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주변에선 "검찰이 소환 공개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갑자기 왜 정씨를 비공개로 소환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정씨 소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비공개 소환하기로 했다"는 말이 나온다. 출입문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취재진과 부딪히기라도 하면 이를 핑계로 정씨가 병원에 가겠다고 할 수 있고, 그 경우 검찰이 또 다른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씨를 소환하는 날 구급차도 대기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이 연일 '절제된 수사'를 하라고 압박한 대통령과 여당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현 정권 들어 '적폐 수사'를 하면서 피의사실을 거의 중계방송하다시피 외부로 흘렸다. 이때 청와대 민정수석이 조 장관이다.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은 변창훈 전 차장검사는 통화 내역 등이 언론에 공개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명백하게 인권이 침해됐지만 문 대통령을 비롯한 누구 하나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조 장관과 정씨가 수사선상에 오르자 여권은 연일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린다고 공격했다. 이에 위축돼 조 장관 수사팀은 사실상 함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 내용은 사건 관련자 등 외부 취재를 통해 나온 것이 대부분이다. 피의사실 공표도 없애야 하는 문제지만 그 첫 수혜자 역시 조 장관 일가였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이해충돌 방지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돼 있다. 처벌 규정은 없지만, 공직을 이용해 이익을 얻거나 다른 사람에게 특혜를 주면 안 된다는 취지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정씨 비공개 소환 등 최근 이뤄지는 모든 조치가 조 장관 일가를 위해 맞춤형으로 이뤄졌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넓게 보면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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