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임은정 검사에 "'개혁 선무당' 아니길...의견과 사실 구분하라"

홍다영 기자
입력 2019.09.23 10:31 수정 2019.09.23 11:02
박철완 부산고검 검사, 검찰 내부망에 글
"SNS 할 때 사실과 의견 명확히 구분해달라"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전·현직 검찰 고위인사 직무유기 혐의 고발건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검찰 개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라"며 구체적으로 지목했던 임은정(45·사법연수원 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에게 "개혁 선무당이 아니길 바란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피의사실 공표 대신 구체적인 검찰 개혁 방법을 제시하라"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철완(47·27기)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박 검사는 임 검사에게 "앞으로 SNS 활동을 할 때는 의견과 사실을 명확하게 구분해달라"며 "개인적 의견을 제시할 때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했다. 이어 "일반 국민은 임 검사가 가진 부장검사라는 타이틀과 부장검사직이 갖는 사회적 권위로 임 검사의 개인적 의견 등을 검증된 사실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검사는 또 "검찰 개혁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제시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 개혁이라는 목표에 대해 검찰 구성원 대부분이 공감한다"며 "의견이 갈리고 정립하기 어려운 부분은 ‘무엇을 어떻게’인데, 제 기억 범위 내에서 임 검사는 자신이 전문성이 있다고 자부하는 감찰 제도에 대해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임 검사가 명색이 부장검사고 그간 개혁을 외쳐왔으니 그에 걸맞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임 검사의 말만으로도 위로받아온 국민과 검찰 변화를 원하는 검찰 구성원에 대한 도리"라면서 "어쩌면 이번에 중요한 자리에 임 검사가 발탁될 수 있는데, 임 검사가 구호만을 외치고 충분한 콘텐츠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개혁 선무당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임 검사에게 피의사실 공표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검사는 "SNS에 수사 경과나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자신이 고발한 사건이 사실인 것처럼 언행하는 것은 피고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검사로서의 품위에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했다. "앞으로는 피고발인의 인권뿐 아니라 임 검사 개인의 영혼을 위해서라도 이런 행동을 자제해달라"고도 했다.

박 검사는 "임 검사가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검찰 모습과 현재 검찰의 실제 모습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생각해보라"며 "경험의 한계를 가진 존재로서 내 관점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하고, 임 검사의 경험관을 형성하게 한 결정적 사건들의 발생 시점을 체크한 다음 그 시점 이후 검찰이 변화된 모습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공부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임 검사가 진지하게 자신이 미처 갖지 못한 경험을 가진 분들에게 의견을 구한다면 진정성 있는 답을 해 드리겠다"며 "그래야 임 검사가 원하는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 되는 검찰의 현 실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검찰의 모습은 지난 22년간 지속적으로 바뀌었고 지금도 바뀌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임 검사나 서지현(46·33기) 검사에게 검찰은 변화를 초월한 현상인 듯하다"며 "그런데 변화를 초월한 존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장관은 취임 사흘 째인 지난 11일 검찰개혁추진 지원단에 "법무부 감찰관실과 함께 임은정 검사를 비롯한 검찰 내부의 자정과 개혁을 요구하는 많은 검사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다.

임 검사는 그동안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최근에도 검찰이 내부 비리 조사보다 조 장관 일가 의혹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직 내 비위를 무마했다며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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