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정의당 주축 단체에 300억 주무를 권한 줬다

원선우 기자 김경필 기자
입력 2019.09.23 03:24

與시장이 주민예산 위탁 준 단체 간부들 상당수가 정의당 출신
향후 3년간 1200억으로 확대
野 "민주·정의당 총선 연대 자금"
市 "특정 黨 소속 많은 줄 몰랐다"

인천시가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주민참여예산' 중 일부에 대한 편성 및 집행 권한을 옛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인사들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에 위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남춘 시장이다. 야당에선 "민주당이 지자체 권한인 예산 편성권까지 사실상 정의당 세력에 넘겨주면서 선거 연대를 통한 '총선 승리'를 꾀하는 것"이라며 "수백억원의 국민 혈세를 민주당·정의당의 '연대 자금'으로 쓰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내년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시를 위한 선거법 개정에 공조하고 있다.

22일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에 따르면 박남춘 시장은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선 후 예산 편성 및 집행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 규모를 전임 유정복 시장 시절의 30배로 늘렸다. 유 전 시장 당시 10억원이었던 예산이 올해 300억원(편성 기준)이 됐다. 인천시는 주민참여예산을 내년 400억원, 후년 500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앞으로 3년간 1200억원에 달한다.

인천시는 주민참여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지원하는 기구로 '인천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를 만들고, 이 센터의 운영을 민간 시민단체인 '자치와 공동체'에 맡겼다. 민 의원은 "이 단체 간부들 상당수가 정의당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단체 대표 A씨는 정의당 인천 지역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이사 B·C·D씨도 정의당 활동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등기이사 E씨는 전 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으로 2012년 통합진보당 창당에도 참여했던 인사다. 또 주민참여예산의 구체적 쓰임새를 결정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는 '자치와 공동체'의 '모(母) 단체' 격인 '인천평화복지연대'(평복) 출신 인사들이 분과위원회 13곳 중 5곳의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예산지원센터장 김모씨는 "정당 활동 경력이 문제가 될 수는 없고, 사업 위탁이나 예산 편성 과정에 불법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민 의원의 주장은 다르다. 예산지원센터는 지난 4월 '시범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청소년, 청년, 여성, 평화 등 4개 분야의 사업을 선정했는데, 이 중 '평화' 분야는 당초 인천시의 계획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4개 분야 중 여성 분야를 제외한 3개 분야는 '평복' 관련 단체가 선정됐다고 한다. 민 의원은 "평화 분야 사업자로 '평복' 관련 단체인 '서해5도평화수역운동본부'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등이 참여자로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친여 단체끼리 '짬짜미 예산 나눠 먹기'를 하고 있는 꼴"이라고 했다.

인천시 김은경 대변인은 "특정 단체 소속원이 많다는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평화' 분야 사업에 예산을 편성한 것에 대해서는 "인천 일부 지역에는 탈북민이 많이 사는 동네가 있다"며 "평화 문제는 인천이 지역적으로 갖고 있는 과제"라고 했다. 그러나 민 의원은 "이 예산의 취지는 청년, 청소년, 중소 상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 문제 해결인데 '평화'는 이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시 김 대변인은 "올해는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된 300억원 중 정확히는 70억원만 '자치와 공동체'에 운영을 위탁했다"고 했다. '자치와 공동체'는 이 중 약 6억2600만원을 예산지원센터 자체 인건비와 사업비 등으로 쓰기로 했다. 인천시 측은 "나머지 63억원이 어떤 사업에 배정됐는지는 지금 당장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천시는 '자치와 공동체' 같은 민간 위탁 기관이 임의로 쓸 수 있는 예산을 올해 70억원에서 내년 100억원, 후년 120억원으로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여기에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도 관련 단체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3년간 1200억원에 달하는 주민참여예산 전체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민 의원 지적이다.


조선일보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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