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년 전 기재부의 '국가채무 급증' 보고서, 그대로 현실로

입력 2019.09.23 03:18
2년여 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기획재정부가 국가 채무의 급증 가능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국책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보고서는 '재원 확보 없는 신규 의무 지출' '방만한 재정 운영' '경제성장률 저하'의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리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8%에서 2060년엔 95%로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 비관적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년여 동안 재원 대책 없는 선심 사업이 남발됐고, 예산 규모는 급팽창했으며, 성장률이 거의 반 토막 났다. 보고서가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던 정책을 정부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시행했다.

문 정부 첫해 400조원이던 예산 규모가 3년 만에 5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수십조원 적자 국채까지 찍어내고 있다.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지자체에 약속한 민원 사업 예산액은 134조원에 달한다. 경제성 없는 지역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해가며 24조원을 푼 데 이어 체육관·도서관 지어주는 데 또 48조원을 쓰겠다고 한다. 여기에 일자리 안정자금 6조원, 취약 계층 빚 탕감 6조여원, 근로장려금 5조원, 청년수당·결혼장려금 같은 지자체 현금 복지 등 세금 푸는 사업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 정부 출범 직후부터 경기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 상황에서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법인세 인상, 부동산 규제 강화 등 거꾸로 가는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다. 아무리 무능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거꾸로 갈 수도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조선일보 A31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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