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짓말하는 사람이 '正義部 장관'이라는 나라

입력 2019.09.23 03:19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인턴 활동을 했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국회에 제출한 공문을 통해 "조 장관 딸은 자발적으로 5일 만에 그만뒀고, 그에게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적 없다"고 했다. 조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딸은 2주간 인턴 활동을 했고, 한 주는 해외 봉사차 양해를 얻었다"고 했었다.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때 자기소개서에 "3주간 인턴 활동을 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이 말이 거짓이었고, 인턴 증명서가 조작됐음을 국가기관이 확인한 것이다. 조 장관은 청문회에서 딸의 KIST 출입 기록이 며칠밖에 안 되는 것에 대해 "아이가 여러 명과 같이 출입할 때 태그를 찍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KIST는 "두 명 이상이 한 개 출입증으로 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보통 사람은 이런 거짓을 천연덕스럽게 지어내지 못한다.

조 장관 딸·아들의 서울대 법대 인턴 증명서 조작 여부도 검찰 수사로 곧 드러날 것이다. 조 장관 딸이 동양대에서 받았다는 총장 표창장도 영화에나 나오는 수법으로 조작됐다고 검찰은 PC 분석 등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

조 장관이 청문회 직전 급히 만든 펀드 운용 보고서도 4개나 된다고 한다. 거짓 답변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보고서를 여러 차례 고쳐가며 만들다 보니 내용이 다른 4개 버전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 중 한 개에만 '펀드 투자자에게는 투자처를 알려줄 수 없다'는 '블라인드' 내용이 있고 나머지 3개에는 없다고 한다. 조 장관은 그 하나를 들고 청문회에서 "블라인드 펀드여서 투자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미국에선 '정의(正義·JUSTICE)부'라고 한다. 정의를 지키는 부처의 장관과 가족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황당한 일을 어찌해야 하나.

이런 조 장관이 '검사와의 대화'를 가졌다. 수사 대상이 일선 검사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인데 조 장관은 검사들을 앞에 두고 검찰 개혁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민주당 등 여권은 야당 대표와 원내 대표 자식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물타기에 여념이 없다. 위선자 장관 한 사람을 지키려는 아집이 나라 꼴을 한심하게 만들고 있다.


조선일보 A31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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