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에 40대는 돌아섰는데 30대는 왜 文대통령 지지 고수할까

손덕호 기자
입력 2019.09.22 06:00 수정 2019.09.23 08:49
월드컵 4강, 효순·미선이 사건, 노무현 당선⋯강렬한 2002년 기억
"2002년은 민주당 정권의 리즈 시절"⋯'초두효과'로 文정부 지지
효순·미선이 사건 때 첫 촛불…광우병 시위, 박근혜 탄핵 때 30대 참여로 이어져
취업난 20대, 미래 불안한 40· 50대와 달리 30대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안정

원래는 '2030세대'로 불렸다. 30대의 정체성은 20대와 함께 '청년'이었다. 그러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3040'이 됐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이 30·40대란 뜻에서다. 그런데 최근엔 그저 '30대'가 됐다. 문 대통령이 각종 의혹에 휘말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40대에서 이반 조짐이 나타난 가운데 30대는 여전히 문재인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열린 200만호 특허증 및 100만호 디자인등록증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취임 후 최저치인 40%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인 9월 첫째 주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연령별로는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문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이 50% 미만이었다.

30대와 함께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으로 꼽혔던 40대에서는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9%를 기록, 직전 조사(53%)와 비교해 4%포인트 하락했다. 조국 장관 지명 직전인 8월 첫째 주 조사(63%)와 비교하면 14%포인트 떨어졌다. 40대의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8%로 8월 첫째 주 조사(32%)와 비교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16%포인트 상승했다. 그런데 30대는 여전히 긍정 평가(55%)가 50%를 넘었다.

지금의 30대는 대학생 시절 운동권의 영향력이 이미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 운동권의 '의식화' 교육을 받은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런 이들이 586세대가 이끌어가는 문재인 정권에 꿋꿋이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지금 30대가 보여주는 정치적 성향이 만들어진 시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그 시기는 2002년. 월드컵 4강과 효순·미선양 사건, 그리고 노무현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진 2002년의 기억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봤다.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점도 그 이유로 꼽힌다. 일부 전문가는 자녀가 어리다는 점에서 조국 장관 자녀들의 입시 부정 의혹에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감한 점도 30대의 문 정권 지지 이유로 설명했다.

한국갤럽 제공
30대에 강렬하게 남은 2002년의 기억

전문가들은 지금의 30대에게 '2002년'은 다른 세대보다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30대는 당시 중·고생이나 대학생이었다. 당시 어린이였던 20대나, 직장에 매어 있던 40대와 비교해 '질풍노도'의 청소년·대학생 시절을 보낸 30대에게 2002년은 자신들의 정치적·문화적 에너지를 발산한 해로 강렬하게 각인돼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 4강을 통해 분출된 에너지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열풍으로 이어져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을 만들어낸 시대적 경험이 '민주당 지지' 성향을 강하게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치적으로 2002년은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이고, 그해 12월 대선에서 노무현이 대통령이 당선됐다. 여기에 더해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을 이뤄냈다"며 "민주당 정부(1998~2008년)에서 가장 밝게 빛났던 시기, 한마디로 민주당 정권의 '리즈 시절(황금기)'이었다"고 했다. 지금의 30대는 민주당 정권 리즈 시절을 중·고생과 대학생 시절 경험하면서 민주당 친화적인 정치 성향이 각인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02년 6월18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16강 한국 대 이탈리아전 연장전에서 안정환 선수가 역전 골든골을 터뜨리고 환호하고 있다. /조선일보DB
심리적으로도 20세 언저리에 겪은 민주당 리즈 시절은 현 30대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초두(初頭) 효과'와 '확증 편향'으로 설명했다. 초두효과는 대인 관계서 첫 만남 때 느낀 인상과 외모, 분위기 등이 고정관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첫인상 효과'라고도 한다. 확증편향은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30대는 처음 성인이 돼 받아들인 민주당 정권 이미지가 초두효과로 각인됐고, 그 다음에는 민주당 정권에 유리한 점들을 수용하고 불리한 것들은 거부하는 확증 편향이 작용하고 있다"며 "그래서 각종 의혹에 휘말린 조 장관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불쌍하다'고 생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현 30대가 20대 초반이었을 때는 노무현 정부였다. 노 전 대통령은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고,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며 "문재인 정부의 철학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20대가 청소년기나 대학 시절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보낸 것도 30대와는 큰 차이다. 윤태곤 실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이 20대보다 30대에서 훨씬 높게 나타나는데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기억의 강도가 영향이 있다"며 "30대는 '현 정부가 그래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는 낫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했다.

2002년 12월 19일 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가 확실시 되자 광화문에 모여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노란 풍선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조선일보DB
2002년은 2008·2016년 촛불의 전조(前兆)

2002년엔 한국 사회에서 '촛불집회'가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미군이 모는 장갑차에 여중생이 치여 숨진 '효순·미선이 사건'이 계기였다. 이 사건 발생 일주일 후인 그 해 6월 20일 촛불집회가 열렸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의 '촛불'이 국내 집회 문화에 들어 온 첫 사건이다. 촛불집회를 통해 동질감을 경험한 것이 정치적 성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정모(36)씨는 2002년 대학교 신입생이었다. 정씨는 "효순·미선이를 추모하는 촛불을 들면서 광장에 모여서 하나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며 "광장에서 여는 촛불집회가 하나의 집회 문화로 자리잡았고 그 경험이 2008년 광우병 시위와 2016년 촛불집회로 이어진 게 아닐까 한다"고 했다.

기성 체제에 저항하는 광장의 경험은 30대가 진보 정권을 지지하는 배경이 됐다. 장경태(36)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30대는 체제 등 사회 전체의 구조적 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가 부조리하다고 느끼지만, 직장에서 부조리를 없앨 수 있는 관리자급이 되기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구조적 개혁을 중시한다"고 했다. 전명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유분방한 월드컵 거리 응원과 효순·미선이 사건에서 촉발된 촛불 집회를 경험한 30대는 보수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반면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은 이들로 하여금 2002년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일체감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2002년 12월 31일 밤 서울 종로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미군 장갑차에 숨진 효순·미선양을 추모하며 촛불로 거리를 밝히고 있다. /조선일보DB
문재인 경제의 역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사용했던 슬로건이다. 클린턴은 이 슬로건으로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현직 조지 HW 부시 대통령을 꺾으면서 경제 성패가 정치적 성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슬로건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반대 정파나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부분 중 하나도 경제다. 야당에서는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갑작스런 근로시간 단축 시행, 친(親)노조·반(反)기업 기조, 복지 포퓰리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주택 가격 급등 등을 거론하며 현 정부 경제 정책을 재앙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30대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내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권모(38)씨는 "문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하더라도 현 시국에 경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씨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언론에서 질타를 받지만, 집을 가진 일부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서 그렇지 대다수 전·월세 세입자들은 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30대의 이런 태도는 역설적으로 '안정적인 사회·경제적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곽금주 교수는 "20대는 취업난에 굉장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40·50대는 직장에서 언제 밀려날 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다"며 "반면 30대는 취직을 했다는 점에서는 20대와, 직장 내에서 막 자리를 잡고 왕성한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는 40·50대와 달리 경제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시기"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30대 고용률은 76%로, 40대(78.5%)보다는 낮지만 50대(75.9%)보다 약간 높고 20대(58.1%)보다 크게 높다. 2018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661만명) 중 30대는 99만명(15%)이다. 20대(17%), 40대(19%), 50대(21.8%)보다 적다. 20대와 비교해 30대는 직장을 찾아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른 연령대보다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비율도 높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30대가 호응할 만한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현 정권 지지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이 대표적이다. 아동수당은 만 6세까지 지급됐지만, 보건복지부는 대상을 확대해 이달부터 만 7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혜택을 보는 아동은 40만명(2012년 10월~2018년 8월생). 30대 회사원 박모(37)씨는 "문재인 정권이 실제로 살림에 보탬이 되니 지지를 철회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월 5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열린 제97회 어린이날 청와대 초청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입시 공정 이슈에 상대적 둔감

고려대 경제학 박사과정에 다니는 박원익(필명 박가분)씨는 최근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 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공저 조윤호)이란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지금 20대 청년들은 윗 세대의 양보가 아니라 공정한 세상을 원한다"며 "싸워야 할 최종 보스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세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20대들은 조 장관 딸의 대입 특혜 의혹에 분노했고,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생들은 촛불을 들었다. 이런 20대에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한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은 지지를 거두게 할 충분한 요인일 수 있다.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도가 30%대로 내려앉았음에도 30대가 여전히 50%가 넘게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공정·평등' 어젠다에 대해 20대보다 덜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대와 30대의 이런 차이는 지금의 20대가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겪은 불공정과 불평등을 30대는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 요인일 수 있다.

조국 장관 딸(28) 입시 부정 의혹으로 논란이 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입학사정관제)'은 교육부가 2004년 마련한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에 따라 2009학년도 대입부터 본격 적용됐다. 20대와 달리 지금의 30대는 수능 점수에 따라 정시 모집으로 대학에 들어간 경우가 더 많다. 또 30대들은 아직 자녀가 어리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를 둔 40·50대와 달리 조 장관 딸이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돼 손쉽게 대학에 들어갔다'는 비판에 공감이 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명수 고려대 교수는 "20대는 학종으로 대입 전형을 치렀고, 실제로 배경에 따른 상대적 불평등을 경험했기에 조 장관 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반면 30대는 다른 경험을 갖고 있어 '박탈감'에 덜 익숙하다"라고 했다. 장능인(30)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은 "고려대 촛불집회에서 한 대학생이 '아버지가 조국처럼 빽이 없어 챙겨주지 못했는데 알아서 좋은 대학을 가 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20대와 50대는 이런 생각에서 조 장관을 반대하지만, 30대는 이 경험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고 했다.

고려대 학생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학교 중앙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딸 조모씨에 대한 입학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30대 여성의 압도적 지지⋯'맘카페'의 힘?

30대 중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문 대통령을 더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도는 51.8%, 30대 여성은 69.9%였다. 30대 여성의 문재인 지지 성향을 전문가들은 30대 기혼여성이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에서 찾기도 한다.

맘카페는 2000년대 초 국내 포털이 만든 '온라인 카페'에서 태동해 지금은 2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로 육아·출산 정보나 자녀 교육, 요리, 부동산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하지만 처음엔 주로 생활 정보를 주고받던 카페 성격이 전국 지역마다 생겨나면서 영향력이 커졌고 최근엔 특정 정치 성향이 부각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곽금주 교수는 "여성이 '엄마'가 되면 아이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사회 현상에 굉장한 열정을 가지는 경향이 강화된다"며 "맘카페는 원래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생겼지만 응집력을 갖게 돼 군중심리가 생겨났다. 누군가가 현 정권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하면 동조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일부 맘카페 회원은 "언젠가부터 카페를 '조국 지지파'가 장악해 카페가 정치 사이트처럼 변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당 관계자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특히 30대 여성 주부들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문재인 정권이 30대 여성에게 매력을 주는 이유를 정확히 찾아내는 게 야당의 숙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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